건보 이사장 "10조 투입 큰 문제 없다"…野 "곶감 빼먹듯" 질타(종합)

[국감초점] "2028년 안전 준비금 고갈, 심각한 상태"
정기석 "의료대란 끝 안보여…재정적자 유념해 볼 것"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16/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조유리 임윤지 기자 = 1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선 의대 증원에서 비롯된 의료공백 대책과 의료개혁 정책에 건강보험 재정이 대규모 투입되고 있는 데 대한 야당의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이날 감사 대상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기석 이사장이 정부의 잇따른 건보 재정 투입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답하자 야당 의원들은 "책임의식을 가져라", "건보 재정을 곶감 빼먹듯이 계속 빼먹으면 어떡하겠다는 거냐"며 거센 질타를 쏟아내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오전 1차 질의에서 "의료대란으로 인해 건보 재정 2조 원을 사용하고, 앞으로 20조 원을 더 쓰겠다고 발표했다"며 "건보 재정 건전성·보장성 약화에 대한 생각이 어떤가"라고 묻자 "지금까지 계획되고 일부 진행된 과정은 재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30일 의료개혁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국가재정 10조원과 건강보험 10조원 이상, 총 2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개혁 1차 실행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서 의원이 "국민의 건강보험을 축내고 있는데 수장으로서 이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할 얘기냐"고 지적하자 정 이사장은 "제가 집행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취약층 보호라든지 보장성 강화라든지 그런 부분들은 쉼 없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또 의료대란 이후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현재까지 매달 건보 재정이 약 1890억 원씩 투입되는 데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다행으로 공단이 예측했던 금년도 급여 지출 총액보다는 적게 나가고 있다"며 "지금 한 달에 1889억 원씩 지출하는 대부분이 응급실 중환자, 입원환자, 야간관리료 이렇게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진료 체계 하에 건보 재정 부담은 정부가 일반 재정으로 부담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지적에는 "지금까지 공단이 지출하고 있는 부분은 지출해야 될 부분에 지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왼쪽은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2024.10.16/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정 이사장을 향한 질타는 오후에도 계속됐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보공단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느냐"며 정 이사장이 오전에 '재정상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 데 대해 "지금 응급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아프면 병원 가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건보 재정이 많이 절약이 되니까 그렇게 표현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정 이사장은 "절약이 일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답했다.

같은 당의 백혜련 의원도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근거로 "내년부터 건보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2028년 안전준비금이 고갈돼 굉장히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이사장이 "의료대란이 끝이 안 보인다"고 말한 데 대해 "그럼 정말 심각한 문제 아니냐"며 "경영이 어려운 수련병원에 석달분의 급여 선지급한 것까지 하면 지금 1조 9436억 원이 투입됐는데 진짜 끝이 안 보이는 상황이면 어떻게 건보에서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위해 또 연간 3조3000억 원의 건보 재정이 투입되는데 곶감 빼먹듯 계속 빼먹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며 "건보공단 이사장이 편안한 자세로 이야기할 문제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정 이사장은 "예산정책처 자료를 봤고 건강보험 장기계획에 의한 예산 자료가 있다. 둘 다 일정 기간 안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유념해서 보고 있다"며 "결코 편한 자세로 답변에 응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백 의원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건보공단 이사장과 심평원장이 한 명씩 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점을 들어 "2028년 준비금이 고갈될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는데 언제까지 정부의 정책 실패를 건보공단에서 다 메꿔야 하는 거냐"며 "건정심에서 할 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이사장은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도 "의료대란으로 인한 건보재정 소요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답했는데 기금이나 재정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상황이 언제 끝날지를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 아니겠느냐"며 "그런데 끝을 모른다고 하니 참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끝을 모르는 재정 소요가 많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가입자들을 생각해 의료개혁특위 등에서 내놓은 안에 대해 무조건 오케이 하지 말고 전문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적절한 의견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이사장은 "꼭 그렇게 하겠다"며 "국회에서도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