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57명 "사직서 지연 처리로 손해"…국립대병원에 8억대 소송

백승아 "정부 명령 이행했을 뿐…지원방안 마련해야"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8개월을 지나며 서울 빅5 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들이 적자가 발생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4.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국립대병원이 의료대란에 따른 경영 위기에 더해 전공의들이 청구한 사직서 지연 처리 손해배상 소송으로 행정·재정적 부담까지 껴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를 비롯한 10개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총 57명의 전공의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인당 청구 금액은 1500만원으로 전체 청구 금액은 총 8억5500만원이다.

소송을 제기한 전공의는 전남대병원이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청구 금액은 2억4000만원이다. 다음은 서울대병원이 11명으로 총 1억6500만원, 강원대·충남대병원이 각 8명씩 병원당 1억2000만원, 부산대병원이 6명으로 9000만원이었다. 이어 충북대병원 3명, 제주대·경상국립대병원 각 2명, 전북대병원 1명 순이다. 경북대병원은 소송에 참여한 전공의가 아직 없었다.

병원이 부담하는 소송비는 강원대 5800만원, 서울대 2530만원 등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병원은 소송 대응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아 소송비용 산정이 어려워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공의들은 "의료법 제59조와 전문의수련규정 제15조에 따른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은 국민 보건의 중대한 위해 발생과 연관이 없고 민법 제661조 및 근로기준법 제7조에 따라 위법하다"며 "취업, 개원 등의 제약에 따른 손해가 발생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학병원은 "1개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한 전공의들과 다르게 동일한 사안임에도 각 병원은 각자가 제한된 예산 범위 내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모든 병원이 소송에 공동 대응하는 게 적절한데 병원별 의견 취합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개별 병원별로 대응할 경우에도 법원 판단이 각기 다르게 나올 수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행정 처리 비용과 소송 결과에 따른 수련병원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체 전공의 1만3531명 가운데 사직자는 86.7%인 1만1732명으로 소송 결과에 따라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백승아 의원은 "병원이 소송에서 패소할 시 제2, 제3의 집단소송으로 이어져 병원 경영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병원은 정부 명령을 이행했을 뿐인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지원은 일절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병원의 법적 분쟁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