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학점 더 들으면 한의사도 의사 가능"…'의협 보고서' 논란

한의협, 보고서 공개…"공공의료 살릴 획기적 방안"
의협 "보고서 확인해 내부 논의 중…입장 밝힐 것"

11일 대한한의사협회가 공개한 '의대와 한의대의 통합을 통한 의료일원화 방안 연구' 보고서의 일부. (한의협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2년 추가 교육시 한의사에게도 의사 면허를 딸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도 과거 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한의협의 이같은 요청을 지지하는 듯한 결과를 내놓았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한의협에 따르면 2012년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의대와 한의대의 통합을 통한 의료일원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45학점만 이수하면 한의사에게 의사 국시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의협이 공개한 해당 보고서에는 또 "한의과대학에서 강의에 의해 가르치는 내용이 의과대학에서 강의로 가르치는 내용의 75%를 이미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며 "해당 의학의 교육 영역에서 45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의사면허 시험 자격을 주고 시험에 통과하면 의사면허로 자유롭게 시술하게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한의협은 "현재 한의과대학에서는 해부학과 생리학, 병리학, 진단학, 영상의학, 방사선학 등의 교과과정을 이수하고 있으며 한의 진료과 중 안·이비인후과, 내과, 침구과, 피부과, 신경정신과, 재할의학과 등 교육에 현대 진단의료기기 실습을 시행하고 있다"며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제시한 45학점은 2년이 아니라 1년의 추가 교육만으로도 가능한 학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의협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5년 의대 정원을 늘려도 6년∼14년 뒤에야 그 효과를 거둘 수 있어 당장 의사 수급난을 해결하는 방안이 되지 못한다"며 "한의사에게 2년 추가 교육을 통해 의사 면허를 부여한다면 빠른 의사 수급이 가능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의협은 "한의협은 의과 교육과정이 11년에 걸쳐 연속·체계적으로 구성된 이유와 그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과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인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발상"이라며 "한의사들이 의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정식으로 의대에 입학해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의협은 이번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며 "당장 시급하고 부족한 지역·필수·공공의료 분야에 의료인력을 투입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인 '한의사 활용 지역필수공공의료한정의사제도'를 추진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 증원보다 훨씬 빠르게 부족한 의료인력을 충원하고 무너지고 있는 공공의료를 회생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며 현실적인 대안으로 이를 더 늦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의계는 맹목적인 반대에서 벗어나 본인들이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의대정원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지역필수공공의료한정의사제도'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며 "의협과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의협 관계자는 "한의협이 공개한 보고서를 확인했다"면서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곧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