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나 싶더니 다시 '쑥'…'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재유행

9월 마지막주 입원환자 1146명…지난해 동기간 대비 약 17배
다른 호흡기 감염병보다 유행 늦어…동절기 확산 가능성

서울의 한 어린이병원이 모니터에 호흡기 질환으로 진료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이 명단이 안내되고 있다. 2024.9.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역대급 기세를 떨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유행세가 한풀 꺾이는가 싶더니 다시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잠잠해진 다른 호흡기 감염병과 달리 뒤늦게 확산하는 데다, 그간 겨울에 큰 유행세를 보인 만큼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세균성 입원환자 감시 현황에 따르면 39주(9월 22~29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환자는 114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8명) 대비 약 17배,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8년 동기간(135명)과 비교해서도 약 8.4배에 이르는 수치다.

유행 양상을 살펴보면 9월 초인 36주 1077명에서 27주 1117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38주 924명으로 줄어드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감소세는 이어지지 않고 39주 다시 1146명으로 치솟은 것이다.

최근 5년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입원환자 발생 추이. (질병청 제공)

문제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자 한 차례 큰 유행을 겪었던 다른 호흡기 감염병들과는 다르게 뒤늦게 역대급 확산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본래 동절기에 가장 큰 확산세를 보이고 봄철에 두 번째 유행하는 형태를 보여왔지만, 올해는 여름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원래 겨울에 크게 유행하고 봄에 두 번째 피크가 오는 형태로 지나가는데 몇 년간 이 패턴이 보이지 않았다"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때 한번 크게 유행하고 지나갔어야 하는데 전혀 유행하지 않았고 지난해에도 그냥 지나가다 보니 뒤늦게 이런 양상을 보인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문종윤 가천대 의대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뒤늦은 유행은 독감 등 다른 호흡기 감염병들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문 교수는 최근 발표한 '마크로라이드 내성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유행 양상' 논문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으로 인한 비약물적 개입 이후 발생이 감소한 많은 호흡기 감염병 중 3년이 넘은 시기의 재등장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유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이 코로나19 유행 이후 재유행하는 데 걸린 시간이 다른 병원균보다 길어진 이유로 "2019년 후반에서 2020년 초반에 전 세계적인 유행에 의해 일시적인 집단면역이 생긴 뒤 3년이 지나는 동안 약해진 집단면역을 그 원인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느린 세대기 △긴 잠복기 △밀접 접촉을 통한 비교적 낮은 전염률 △안정적인 유전체 등을 꼽았다.

문제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역대급 확산을 이어가는 데 이어 원래 유행하는 시기인 동절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문 교수도 "코로나19 재등장한 호흡기 감염병의 경우 대부분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발생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이 예외적으로 큰 유행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및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청 관계자도 "현재 감염자 수는 많지만 중증 환자는 별로 없어 대책반은 꾸리지 않고 있다"며 "동절기에 유행하는 호흡기 감염병 특성상 겨울을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