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의대증원 수용' 시사한 의협에 의료계 '부글부글'

전공의 대표, 의협 회장 겨냥 "아무렇게나 지껄이지 마라"
"임 회장, 안팎으로 문제만" 비판 확산…불신임 찬성 85%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 혐의로 구속된 전공의 면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9.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김규빈 기자 = 임현택 회장이 이끄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불만이 의료계에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30일 열린 의협 브리핑에서 '2026학년도 의대 감원이 보장된다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만한 발언이 나오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1일) 오후 자신의 SNS에 "2025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며 "현 정책을 강행할 경우 정상적인 의학 교육 역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차 강조하지만, 임 회장은 사직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임 회장은 아무렇게나 지껄이지 마시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치와 언론에 염증을 느낀다"며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정치 공작과 언론 왜곡은 갈등을 악화시킬 뿐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박 비대위원장의 수위 높은 발언은 하루 전 열린 의협 브리핑에서 비롯됐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같은 날 열린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필수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지난 7개월간 의사 악마화에 몰두해온 정부가 우리 전공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처음 표현하신 것에 대해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2025년에 초래될 의대 교육의 파탄을 이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2026년부터는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2024.5.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의협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박 비대위원장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 의과대학 교수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지금도 온갖 치욕을 다 겪고 있고 학생들도 학교에 돌아오지 않고 지금까지 견뎌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를 대표한다는 단체가 어떻게 '2025학년도 증원을 피할 수 없다면'이라는 전제를 꺼낼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의대 교수도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메시지 관리도 전혀 안 되고 안팎으로 문제만 일으키고 있다"며 "의협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도 "의협의 메시지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지금 현재 윤석열 정부는 전공의들의 대규모 사직과 의대생들의 단체 휴학으로 인해 상대방이 모두 떠나고 없는 링 위에서 혼자 섀도 복싱을 하고 있는 꼴"이라며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은 윤석열 정부인 상황에서 '조건이 맞는다면 링 안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준다면 그것은 큰 패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해의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나오는 일은 앞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의협에 대한 반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조병욱 의협 대의원이 지난 8월 28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임현택 회장에 대한 불신임 청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27일까지 설문에 참여한 1982명 중 1689명(85.2%)이 불신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주최 측은 "설문 조사 시작 후 다소 참여도가 떨어져 있었으나 지난달 20일 간호법 제정 공포와 박용언 의협 부회장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논란이 있은 후 급격히 응답수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의협 대변인과 홍보팀의 말 실수 문제는 회원들이 부끄럽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언론사에 대한 출입 금지문제나 브리핑 발언은 모순 문제가 아니라 협회의 명예가 훼손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회원들은 의협 집행부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며 "임 회장은 역대 최고의 지지율 65%로 당선이 됐지만 지금은 5개월도 안 되어서 회원들이 임 회장의 불신임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이 설문조사 결과는 불신임 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의협 정관에 따라 불신임안이 발의되려면 지난 3월 임 회장 선거 당시 선거인수 5만 8027명 기준 약 1만 4500명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