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한의사에 의사면허 부여"…의협 "해서는 안 될 발상"(종합)

한의협 '의사 부족 조기 해결방안' 기자회견
의협 "한의학 역할 스스로 부인하고 한계 자인"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대한한의사협회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30일 "의대, 한의대 모두 개설된 5개교에서 한의사에게 2년 더 가르쳐 의사 면허를 부여해달라"고 제안했다. 필수 의료과목 수료와 공공의료기관 의무 투입을 전제로 뒀다.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의사 추가교육을 통한 의사 부족 조기 해결방안'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심각한 상황에 2025년 배출되는 의사 수는 대폭 감소하고, 수급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윤성찬 회장은 "지금 (의사 수를) 늘려도 6~14년 뒤에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느냐"며 "2년간 추가 교육을 받은 한의사를 계약형 필수의사제와 유사한 공공의료기관 근무 및 필수 의료에 종사하도록 한정하는 의사 면허 부여를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의대와 한의대 모두 개설된 △경희대 △원광대 △동국대 △가천대 △부산대(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연간 300~500명의 한의사를 필수 의료과목 수료 및 공공의료 의무 투입을 전제로 뽑아 2년간 가르쳐 국가시험(국시)을 통과한다면, 의사면허를 부여해달라는 취지다.

윤 회장은 "(이후)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필수 의료과목 전문의 과정을 수료한 뒤 공공의료기관에 반드시 진료하게 하고, 필요하면 공공의료기관에 즉시 투입하라"고 말했다.

의대증원에 따른 의사 충원은 6~14년이 필요하지만, 한의사를 활용하면 2년의 추가 교육으로 4~7년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본 윤 회장은 "2026년 이후 의사 부족을 일부 해소함으로써 증가 폭을 500명 대비, 그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연구 결과 한의대와 의대의 교육 커리큘럼은 75%가량 유사하며 한의대에서 해부학, 진단학, 영상의학, 방사선학 등의 교과도 이수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 한의대 졸업생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국립 의과대학 본과 3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다. 타슈켄트 국립의대 졸업생은 국내 의사국시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대만은 중의학교육 5년 외 2년 의학 교육 이수 시 의사 면허시험 응시 자격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방의료계-정부 간 원만한 합의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내용을 여당, 야당, 정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협의체 구성이 거론되는데 지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의사 대표까지 포함해 여야한의정 협의체로의 확대 운영을 제안하는 바"라고 부연했다.

한의협의 이같은 제안에 대한의사협회(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의학의 의학적 역할을 스스로 부정하고 한계도 자인한 것"이라며 "그렇게 의사가 되고 싶으면 의과대학을 진학하면 될 일"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의협은 "지금도 한의과대학에서 의과대학의 교육 커리큘럼을 흉내 내고 있지만, 그 양과 질은 모두 의과 교육과정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며 "반복해서 논란이 되는 한의과 교과서의 의과 교과서 표절 문제는 한방이 스스로 의과 교육을 가르칠 역량이 부족함을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의료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영역이므로, 이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필수적이다"며 "한의협의 주장은 의료체계를 교란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과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인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의사들이 의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정식 의대입학을 거쳐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인턴 및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하면 된다"면서 "이미 제대로 되어 있는 커리큘럼을 이수하고 의사로서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