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1년간 관절수술 4000건"…14억 급여 신청 '수상한 의사'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매년 12억 넘게 급여비 청구
"하루 평균 13건? 대리 수술이 아니고서도 불가능"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의사 한 명이 1년간 4000여 건의 수술을 집도해 건강보험공단에 약 14억 원의 요양급여비를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4000여 건의 수술을 진행하려면 일주일 중 하루만 쉰다고 가정하더라도 하루 평균 13건의 수술을 혼자 했다는 얘긴데, 사실상 대리 수술이 아니고서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의사 한 명이 매년 평균 3000건 이상의 인공관절치환술 등을 혼자 진행하면서 해마다 12억 원 이상의 요양급여비를 청구한 사례가 확인됐다.
대리수술 논란이 있는 병원의 의료진은 "인원이 부족해 간호조무사를 수술 보조로 활용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복지부는 병원급 이상에서 간호조무사가 PA로 활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서도 "1년에 4000건 이상 수술한 것은 대리수술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같은 기간 대리수술이나 유령수술을 이유로 면허취소 및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71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러한 행정처분은 징역이나 벌금 등 사법처리가 이뤄진 대상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대리수술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면허·자격종별로 나누어 보면 의사가 44명으로 가장 많았고 간호조무사 11명, 치과의사 7명, 한의사 5명, 간호사 4명이 뒤를 이었다.
분야별로는 정형·성형외과 수술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주로 수술부위 절개 및 지혈, 인공관절 삽입을 위한 천공 등 직접적인 수술 행위부터 소독 등까지 다양했다.
한 치과의사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환자들의 피부 주름을 개선하는 레이저 시술을 시키거나 피부 탄력을 강화하는 물질을 주사하게 하는 '물광 시술'을 요구해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박희승 의원은 "적발되더라도 최종 판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재교부될 수 있어 대리수술·유령수술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며 "환자의 생명과 인권 보호를 위해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은 범죄 유형에 관계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료인에게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료법 제65조 제2항에 따르면 면허가 취소된 자라도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에는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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