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얕봤다간 급사 위험…'이상지질혈증' 뭐길래

LDL콜레스테롤·중성지방 많거나 HDL콜레스테롤 적은 상태
뇌졸중·심근경색 초래…유전 소인 크지만 운동·금연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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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이상지질혈증이라고 하더라고. 잘은 모르지만 혈관에 뭐 문제가 생긴 거겠지? 병원 가보려고."

30대 후반 A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이상지질혈증 소견을 받았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병원을 찾은 A씨에게 의사는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다며 약을 처방했다. '나쁜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심장마비,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는 의사의 말에 A씨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중에 총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된 상태거나 HDL콜레스테롤이 감소된 상태를 말한다.

정인현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혈중에 불필요하게 지방 성분이 많은 것을 고지혈증이라고 하는데 요즘에는 고지혈증이라는 말 대신에 좀 더 넓은 의미를 가지는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학이 발전하면서 콜레스테롤을 구성하는 요소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 성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쁜 콜레스테롤(LDL콜레스테롤)이 높은 것도 당연히 문제가 되지만 좋은 콜레스테롤이 너무 낮은 것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쓰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지질혈증을 진단하기 위해선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봐야 한다. 정상범위는 △총콜레스테롤 200mg/dL 이하 △LDL콜레스테롤 130mg/dL 이하 △HDL콜레스테롤 60mg/dL 이상 △중성지방 150mg/dL 이하다.

적어도 2회 이상의 측정에서 이 중 하나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이상지질혈증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있는 세포막을 구성하고 손상된 세포를 치유하며 호르몬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며 "중성지방은 포도당과 함께 우리 몸에 아주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름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불필요하게 많으면 우리 몸의 혈관에서 떠돌아다니면서 혈관에 침착하게 되고 혈관을 좁아지게 만들어 죽종(동맥의 벽에 지방이 침착되어 동맥 내막이 두꺼워져 판과 같이 솟아 올라와 있는 상태)을 만들기도 한다"며 "죽종이 파열되면 혈전이 생성되면서 뇌로 가는 혈관이나 심장으로 가는 혈관을 막게 되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위험한 합병증들을 초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당뇨, 고혈압과 함께 혈관을 망가뜨리는 주요 위험인자이고 혈관으로 이루어진 모든 장기들을 망가뜨릴 수 있는 중요한 위험 요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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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상지질혈증이 발생하는 대부분은 유전적인 소인 때문이다.

실제로 콜레스테롤은 음식물 섭취를 통해서 체내에 흡수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음식을 통해서 흡수되는 양은 20~30%에 불과하고, 70~80%는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진다.

또 노화, 폐경과 같은 신체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인해 콜레스테롤이 과도하게 만들어지거나 재흡수 증가, 콜레스테롤 사용량 감소가 나타나 콜레스테롤 저장 공간이 포화돼 이상지질혈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야채나 과일, 곡류, 콩류에는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는데 대표적인 초식 동물인 토끼나 염소의 피 검사를 해보면 이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콜레스테롤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며 "이것이 바로 콜레스테롤이 음식 섭취보다는 몸에서 만들어진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의 문제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인 원인, 유전적인 원인이 더 크기 때문에 음식 조절만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혈관 청소부'라고 불리는 HDL콜레스테롤을 수치를 높이면 동맥경화 발생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연구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어떤 방법으로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였을 때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은지는 결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다만 정 교수는 그럼에도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유산소 운동 △금연 △뱃살 관리를 꼽았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HDL 콜레스테롤이 정상 이하로 낮아져 있으며 활동량이 적고 과체중인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정 교수는 "최소한 한 번에 30분 이상 그리고 일주일에 3번 이상의 빈도로 숨이 차는 정도의 중등도 이상의 강도로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내장지방이 많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이는 중성지방 수치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된다"며 "과도한 음주나 과식, 비만도 잘 관리하면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