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꿈 꾼 11살, 5명에 생명 주고 하늘로…"용돈 모아 엄마 주던 천사"

"마음씨 착한 딸…어려운 사람 도와주고자 변호사 꿈 꿔"

5명에게 새 생명 전하고 별이 된 11세 신하율 양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우리 하율이, 먹을 거 하나도 엄마 입부터 넣어주던 착한 아인데 누구에게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선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하율아 하늘에서도 엄마 생각 많이 해주고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너무나 고맙고 너무나 사랑해."

5명에게 새 생명을 전한 11세 신하율 양의 어머니 정미영 씨는 먼저 하늘로 떠난 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7월 31일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신하율 양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떠났다고 25일 밝혔다.

하율 양은 지난 7월 25일 갑작스럽게 속이 안 좋다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하율 양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해 5명을 살렸다.

어머니 정 씨는 "아직 어린 딸이 갑작스럽게 떠난 것을 믿을 수 없었고 하율이 몸의 일부라도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기증에 동의했다"며 장기기증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심성이 착한 하율이의 장기를 이식받은 수혜자가 하율이의 몫까지 선한 마음으로 건강하고 잘 지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정 씨에 따르면 충청북도 충주에서 외동딸로 태어난 하율 양은 활발하고 배려심이 많았다. 책 읽기와 만들기를 좋아했고 커서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자 변호사를 꿈꿨다.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기 좋아하는 마음씨 착한 아이였다.

하율 양은 올해 1월 여수로 이사를 해 펜션 운영을 시작하는 어머니를 위해 어릴 적부터 모아둔 용돈을 드리기도 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11살 어린아이를 떠나보내는 슬픔 속에서도 누군가를 살리는 따뜻함을 보여주신 기증자 유가족과 생명나눔을 실천한 기증자에게 감사드린다"며 "이 소중한 생명나눔으로 따뜻한 사랑의 온기가 퍼져나가길 희망하며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어버이날 하율 양이 엄마에게 쓴 편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