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면허 취소된 의료인 '재교부 승인율' 4년 새 75%p 감소

2019년까진 사실상 100% 재교부…사무장 병원 반려 ↑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의사 A 씨는 비의료인과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차리고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요양급여비 269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이라는 처벌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의사 면허가 취소된 A 씨는 집행유예 기간이 지난 후 "의사 면허를 다시 교부해달라"며 심사 신청을 했지만 승인받지 못해 의사 면허를 잃게 됐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면허 대여,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의료법 위반 혐의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는 총 302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면허대여 위반으로 의사 1명과 치과의사 1명의 면허가 취소됐고, 유죄판결을 받고 금고 이상의 형을 살게 된 의사 11명과 치과의사 2명, 한의사 2명, 간호사 3명의 면허가 취소됐다. 그중 의사 2명과 간호사 3명은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아 면허가 취소됐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모든 범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 면허가 취소된다.

다만 의료법 제65조 제2항에 따르면 면허가 취소된 자라도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에는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다.

면허 재교부는 분기별로 심의가 이루어지는데 법조인, 의료법학전문가, 의료정책전문가 등 9명으로 구성된 면허재교부소위원회에서 위원의 과반수가 재교부를 승인하면 면허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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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의료인별 면허 재교부 승인율을 살펴보면 2020년엔 86건 중 75건(87.2%)에 달했지만 2021년엔 51%→2022년엔 26.6%→2023년 9.8%→2024년 상반기 12.4%로 4년 새 75%p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는 재교부심의위원회가 심사 과정을 거치지만 2019년까지는 이 과정 자체가 없어서 복지부에서 검토를 해 사실상 100% 다 재교부 해줘왔다"며 "이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2020년부터 심사 과정이 만들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심사하는 분들도 나름의 기준이 생기다 보니 해가 갈수록 승인율이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면허 재교부가 반려된 사례에는 '사무장 병원'의 불법행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B 씨의 경우 비의료인과 공모해 사무장 병원을 개설하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요양급여비 약 99억 원을 청구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아 의사 면허가 취소돼 재교부 신청을 했지만 결국 반려돼 의사 생활을 접게 됐다.

김미애 의원은 "사무장 병원은 의료인이 본인 명의 의료기관 외 타 의료인 명의로 병원을 개설하거나 비의료인과 동업, 비의료인이 비영리법인 형태로 불법 설립 하는 등 여러 유형으로 나타나며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법에 따라 비의료인인 사무장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개설비부터 벌어들인 진료비 전액을 의료인과 연대 책임져야 한다.

의료인은 면허 취소 또는 1년 이하의 자격정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김 의원은 "사무장 병원을 차리면 이같이 엄격하게 처벌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시켜서 반칙과 특권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