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뱉지?" 니코틴 껌 사용법도 감감…10년째 느림보 금연정책

[금연! 이제 다 바꾸자⑧]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 인터뷰
"다중 흡연, 니코틴 의존도 증가…치료 옵션 늘려야"

편집자주 ..."담배? 끊긴 끊어야지."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말이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뻔히 알지만 '난 괜찮겠지'라는 자기 확신에, 참을 수 없는 욕구에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문제는 담배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고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금연정책도 이런 세태에 발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뉴스1이 국내 흡연 실태와 금연 정책을 돌아보고 흡연자를 금연의 길로 인도할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이 2일 오전 경기 성남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9.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가 더 독해지고 금연구역도 계속 확대되고 있지만, 흡연자들의 금연 시도율은 2021년 50%대 벽이 무너진 뒤 감소세가 계속되고 흡연율도 정체 상태에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일반담배(궐련)는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전자담배(액상형 또는 궐련형) 사용률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담배(궐련)와 전자담배(액상형 또는 궐련형)를 포함한 담배제품 현재사용률은 2023년 22.2%로 2019년(21.6%) 대비 0.6%p 증가했다. 일반담배의 현재흡연율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전자담배는 2023년 8.1%로 2019년 5.1% 대비 3.0%p 증가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은 지난 2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담배 시장과 흡연자의 행태가 변화했음에도 우리나라 금연정책과 지원서비스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담뱃값 인상 이후 지난 10년간 국가금연지원사업을 전반적으로 돌아보고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국가금연지원사업 참여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국가예산을 활용하는 금연치료 지원사업은 2015년도에 수립된 이후 9~10년이 됐다. 사업이 진행된 10년 동안의 성과와 개선 방향을 찾아내야 하는데 현재 그런 노력이 없다.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면 금연을 하고 싶은 사람도 더 늘어나야 하고 금연 성공 사례도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책이나 금연지원서비스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한다. 또한 금연지원을 위해 배정된 예산이 흡연자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금연정책은 담배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금연정책 분야) 세계 상위권 나라인 호주나 캐나다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금연지원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분명 잘하고 있는 부분이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재원이 되는 건강증진부담금은 목적세에 해당한다. 하지만 3조~4조 원 정도의 목적세 50% 이상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자원으로 사용되고 나머지 건강증진부담금의 50%는 보건복지부 R&D 예산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금연과 관련한 R&D 연구비로는 사용된 적이 없다. 2024년 기준 금연치료 지원사업 예산은 약 1000억 원으로 큰 규모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건강증진부담금의 2~3%밖에 안 되는 수준으로 충분하지 않다.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거리에 설치된 흡연부스에 '흡연부스 외부는 금연구역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경계 30m 안에서 흡연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2024.8.1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금연 정책 중에서도 금연치료 지원사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흡연자들은 한 번쯤 금연을 시도하게 된다. 금연을 한 달 성공했다고 해서 완전히 금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시 흡연할 가능성이 있고 흡연자들은 평생 여러 번의 금연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지원사업의 효과를 느끼지 못하면 두번째 금연 시도부터는 국가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실제 보건소에서 니코틴 대체제를 제공받은 흡연자를 인터뷰한 결과, 보건소에 방문해도 껌과 패치를 지급을 받지만 올바른 사용법 안내처럼 구체적인 상담 등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보건소를 재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코틴 대체제 복용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센터에서 흡연자 8명을 대상으로 니코틴 껌에 대한 올바른 사용법을 알고 있는지 조사한 적이 있었다. 니코틴 껌은 복용 시 얼얼한 느낌이 느껴질 때까지 천천히 씹어야 하며, 얼얼한 느낌이 나면 복용을 멈춰야 한다. 그러나 8명 모두 기존 니코틴 껌을 복용했을 시 얼얼한 느낌을 느끼지 못했으며, 껌을 뱉어야 할 타이밍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했다. 만약 얼얼한 상태로 복용을 지속한다면 니코틴의 과도한 분비로 구토증세가 나타나며 속이 메슥거린다. 이런 상황들이 계속 벌어지면 올바른 복용법을 인지하지 못한 채 흡연자들이 잘못된 경험을 전파하며 니코틴 대체제가 효과 없다는 낭설이 퍼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희 센터에서는 금연 상담사를 교육할 때 효과적인 니코틴 대체제 사용방법을 안내하는 첫 상담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드시 교육한다.

-2021년 금연치료제 바레니클린 철수 이후 치료 옵션 부족 문제가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국내 상황은 어떤가.

▶2015년 담뱃값 인상 후 건강보험공단이 1000억을 투자해 바레니클린 성분의 챔픽스를 구입했다. 그러다 바레니클린 성분에 이물질 이슈가 제기되며 유통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의사들이 처방할 약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에 더해 공단이 사용하는 금연시스템도 복잡하다보니 의사들의 관심이 떨어졌다. 금연보조제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껌, 패치, 로젠즈(사탕형) 3가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미국만 해도 스프레이 등 다양한 보조제가 있다. 금연보조제의 옵션도 2000년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담배산업은 다양하고 빠른 속도로 확장 중이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021년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현재 흡연자들의 니코틴 중독이 매우 높다. 궐련만 있을 때 하루에 10개비 피우던 흡연자가 지금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병용하는 다중 흡연자가 되어 니코틴 의존도가 증가했다. 니코틴 의존도가 높으면 껌, 패치, 사탕 등 현재 제공되고 있는 니코틴 대체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번 금연에 실패한 사람은 보건소를 이용하지 않는다, 새로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사회에서 접근성이 높은 약국의 금연지원서비스 내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약사는 해당 지역 거주민과의 유대관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금연사업 대상자 발굴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센터에서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흡연 예방이다. 흡연을 시작하면 금연은 너무 어려운 일이므로 청소년 흡연 예방에 제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해마다 교육 자료를 만들고 교육청과 학교에 나눠주고 직접 교육한다. 또 연구하는 조직으로서 금연정책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만들고 연구자를 양성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흡연 예방 관련 미디어 모니터링이다. 미디어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각종 흡연 관련 제품의 잘못된 정보나 흡연을 유발하는 것들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성규 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을 지내고 이후 비영리단체인 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를 설립해 금연율 강화와 각종 담배규제정책 연구 등에 힘을 쏟고 있으며, 현재 대한금연학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har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