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안들려 휴직" "최중증 환자만 진료"…전국 곳곳 응급실 운영 축소
이대목동, 수요일 야간진료 제한…아주대, 목요일엔 '최중증'만
정부, 오늘부터 15명 군의관 파견…추석 연휴가 '고비'
- 김규빈 기자,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강승지 기자 = 정부가 4일부터 군의관 15명을 파견하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을 축소 및 중단하는 검토하는 대학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4일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을 중심으로 군의관 15명을 배치한다. 구체적으로 아주대병원 3명, 이대목동병원 3명, 충북대병원 2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강원대병원 5명 등이다. 오는 9일에는 군의관과 공보의 230명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날부터 군의관 등 추가 인력을 파견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의정갈등으로 인해 누적된 의료공백으로 응급실 전문의들의 피로도가 누적된 데다가, 배후진료를 이어갈 의료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후진료란 응급실에서 처치한 환자를 수술, 입원하는 것을 말한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정갈등이) 6~7개월이 넘어가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건강에 이상이 생긴 분들이 많이 생겼다. 귀가 잘 안 들린다둔가, 시력이 급격히 나빠진다는 증상이 생겼다. 이 증상들은 모두 스트레스와 체력이 고갈되어 나타나는 증상들"이라며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사직이나 휴직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 의료진이 줄어들게 되면서 중증 환자가 응급실에 1~2명 체류하게 되면 워크인(응급실에 직접 걸어서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이나 전원 온 환자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됐다"며 "응급실 운영을 단축하기보다는 환자 수를 줄이는 순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은 매주 수요일 성인 야간 진료를 제한 운영한다. 다만 소아 응급실은 밤 12시까지 운영한다.
아주대병원은 오는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은 16세 이상 심정지 환자만 수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매주 목요일 오전 6시부터 신규 환자 접수를 멈추고 오전 6시까지 각 임상과에서 의뢰된 환자 퇴원과 입원 처방 등을 정리할 계획이다. 병원 측은 소아응급실은 기존처럼 수, 토요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진료를 중단할 방침이다.
아주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당초 14명이었으나 올해 3명이 사직해 현재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의료진 피로도 등을 감안해 '최중증' 환자 위주로 받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춘천 강원대병원은 지난 2일 오후부터 성인 야간 진료를 무기한 중단했다.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5명의 전문의 중 2명이 최근 휴직 등으로 인해 병원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기간(15~18)과 소아·청소년과는 정상 진료할 예정이지만, 진료 정상화 시기는 미정이다.
빅5 대학병원은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계획은 없지만 평소보다 환자가 늘어나 의료진이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진료하는 데는 차질이 전혀 없지만, 야간에 수술이 일부 제한되는 사례가 가끔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도 "(의정갈등 이후로)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가 줄어들지 않아서, 응급실 축소 운영 등을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닷새의 연휴가 예정된 추석에는 응급실 운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추석 때는 술을 갑자기 많이 먹은 환자, 벌에 물린 환자, 예초기에 다친 환자, 교통사고로 인한 환자 등으로 환자들이 2배 가까이 늘게 된다"며 "또 이 과정에서 처치를 빨리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응급실에서 난동을 피우는 경우도 많아서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은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야간 운영 축소를 검토 중이다. 여의도성모병원 관계자는 "24시간 운영 유지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며 "일부 진료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7명 근무하고 있다. 다만 응급실을 거쳐 환자가 최종 치료를 받아야 할 '배후진료' 관련 인력이 부족해 운영 축소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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