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차질' 대학병원에 오늘 군의관 파견…의료계 "땜질 처방"

9일부터는 군의관·공보의 230여명 순차 배치
"지역·군 의료 공백 커질 수 있어…문제 시 법적 분쟁 우려"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2024.9.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사 부족에 따른 응급실 의료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가 4일부터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대형병원에 군의관을 파견하기로 했다. 다만 이를 두고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지역과 군 의료공백이 심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강원대병원 5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이대목동병원 3명, 아주대병원 3명, 충북대병원 2명 등 군의관 15명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오는 9일부터는 230여 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를 위험기관 중심으로 집중배치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이 단축 운영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대목동병원은 매주 수요일 야간진료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공보의, 군의관을 응급실 진료 업무에 당장 투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일반의'로, 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임상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들은 응급실에서 자주 하는 비위관 삽입술(L-tube), 골수천자 등 술기를 처음 해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군의관, 공보의 파견 등) 대책들에 대해서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군의관이나 공보의들이 와서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 교수는 "응급실 대란을 해소하려면, 병원이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필수의료과 전문의를 더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정부는 더 저렴한 노동력인 공보의, 군의관 인력을 파견해 땜질식 처방을 하려는 것"이라며 "공보의, 군의관은 대학병원 소속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분쟁 등 우려가 있어서 책임있는 업무를 맡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대학병원에 파견되는 군의관과 공보의가 늘어나면 군, 지역 의료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보의는 군 복무 대신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의 보건소나 보건지소, 지방의료원 등에서 3년간 진료업무를 담당하는 의사다. 군의관은 군병원 등에서 진료, 수술 등 업무를 담당한다.

다만 정부는 의료공백을 최소화하는 관점에서 공보의, 군의관을 차출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3일) 브리핑에서 "지역의료 특성상 공보의가 담당하는 환자들은 경증환자고, (공보의가 차출되기 전) 약의 처방량을 늘린다든지 비대면진료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불편함을 느끼겠지만, 의료공백이 있거나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