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국회 통과…내년 6월부터 PA간호사가 의사 업무 일부 가능
'진료보조 간호사' 법적 지위 보장…의료공백 해소에 숨통
업무 범위·의사 반발 등 과제…의협 "환자 생명 위협할 것"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19년 동안 번번이 좌절되었던 간호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함에 따라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여야가 진료지원(PA) 간호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PA 간호사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간호조무사의 응시자격 등 쟁점이 남아있고, 의사들의 반발이 큰 만큼 제도 안착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국회는 28일 오후 본회의에서 PA간호사 합법화의 근거를 담은 간호법 제정안을 처리했다. 이에따라 약 1만6000명에 달하는 PA간호사들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게 됐다. 이 법은 다음달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PA간호사는 수술 준비와 보조, 검사, 처방 등 의사 업무 일부를 담당한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PA간호사들의 역할이 법으로 규정화되어 있지만,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었다.
여야는 그간 PA간호사 법제화에는 합치된 의견을 보였다. PA간호사들이 전공의 이탈 이후 의료공백을 메우는 데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PA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폐지 등 쟁점에서 견해차를 보였다.
여당은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간호법에, 민주당은 시행령에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여야의 입장을 중재해 PA 간호사 업무를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일반적 지도와 위임에 근거한 업무'로 명시하고, 구체적 업무 범위는 임상 경력과 교육과정 이수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마련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안 통과에 환영의 입장을 전했다. 간협은 "간호법 국회 통과로 간호 돌봄 체계구축과 보편적 건강보장을 실현해 나가는 길이 열리게 되었으며, 우수한 간호인력 양성, 적정 배치,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를 위한 국가의 책무가 법제화되었다"며 "간호법은 앞으로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과 사회적 돌봄의 공적 가치를 실현하고 보건의료계의 공정과 상식을 지키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입장문을 통해 "의료현장의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고 의료사고 위험으로부터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노조의 끈질긴 활동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다"며 "의사 인력 부족과 전공의 진료 거부 장기화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결하고, 의료대란을 극복하면서 환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되면서 의료공백이 채워질 가능성도 있지만, 각 직역간의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 학력 기준에 대해서는 여야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과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엔 간호조무사들의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특성화고 졸업자' '간호조무사 학원을 나온 사람'으로 제한한다. 여당은 전문대 졸업생도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학력 기준을 완화하자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특성화고, 간호조무사 학원 등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수용이 어렵다고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간호법은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왜곡하는 또 하나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PA간호사에게 허용한)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지, 교육은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있던가. 결국 몇몇 고위관료들과 간호협회, 그리고 병원장들만 '노 났다'(횡제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대한의학회는 전날(27일) 성명서를 통해 "PA 간호사 제도화가 의료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환자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정부·국회가 간호법 제정 시도 중단 요구 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4만 의사는 의료를 멈출 수밖에 없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아울러 의협은 이날부터 '간호사 불법 진료 대응센터'를 개설해 운영에 들어간다면서 간호사 불법 의료행위로 피해를 입을 경우 센터에 즉각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는 간호사들의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사고의 경우 의사의 업무 위임에 따른 업무행위로 판단되면 의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며 "간호법 통과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 간호사 불법진료 대응센터를 운영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rn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