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17만7000명분 도입…문제는 의료진이 없다

정부, 추가 확보된 물량 '고위험군' 우선 공급
의료계 "다른 병원 전원 요청도 안돼…돌볼 의료진 없어"

2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8.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코로나19 유행이 이번주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방역당국이 이번주 코로나19 치료제 17만7000명을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막상 재유행이 현실화됐을 때 환자를 돌볼 의사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를 방문해 "금일 코로나19 치료제 17만7000명 분이 국내로 입고돼 이번 주 내로 공급이 정상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영래 코로나19 대책반 상황총괄단장도 이날 질병관리청 백브리핑에서 "코로나19 치료제 17만7000명분이 국내에 입고돼 이번주 내 공급이 정상화될 예정이다"며 "현재 하루 사용량은 5000명 내외로 현재 지역에는 5만명분 이상이 공급됐으며 앞으로 공급이 더 확대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예비비 3268억원을 편성해 코로나19 치료제 26만2000명분을 추가로 확보했으며, 지난 15일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날 입고된 물량은 오는 10월까지 고위험군에 우선 공급할 예정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전국 220곳 의료기관 코로나 표본 감시 입원환자 수 증가율은 7월3주 226명에서 7월4주 474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번달 들어서 8월1주 880명, 8월2주 1366명, 8월3주 1444명으로 증가세가 다소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손 반장은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코로나19 입원 환자 증가세가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정점 예측치인 35만명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치료제 공급보다는 의료진 부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의료대란이 6개월을 넘기면서 남아있는 인력은 번아웃이 온 데다가 온열질환, 코로나19 유행까지 겹치면서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일선에서 환자를 돌보는 응급실 전문의 등은 과부하로 인해 병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전국 곳곳에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진료 제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재 병원에 코로나19) 격리실이 부족해서, 다른 병원에 전원을 신청해도 (입원 수속 등을 담당하는) 전공의들이 없기 때문에 전원 요청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수 개월 동안 이어온 의료공백을 교수들이 야간 당직을 서면서 메워왔는데, 코로나19로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자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 관두겠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경증 환자가 응급실에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운영된 공공병원 등을 중심으로 여유 병상을 확보해 전원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공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병동 간호사 10명 중 6명이 코로나에 걸려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 회복하지 못하고 병원에 나와 수액을 맞으면서 일을 하고 있다. 지난 코로나19 펜데믹 때는 정부에서 인력 파견을 해줬지만 지금은 해주지 않아 의료진들의 부담이 크다"고 했다.

특히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포함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오는 29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진료현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예정이다. 지난 19일~23일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위행위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찬성률이 91%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현재 보건의료노조는 각 병원별로 조정절차를 진행 중인데, 조정에 실패하게 되면 오는 29일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돌입한다.

서울 소재 병원 관계자는 "필수 유지 업무 인력을 남기더라도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인력난에 시달리는 현장은 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