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장 "응급실 문제 '의사 인건비' 때문"…의사들 "모욕적"(종합)

"인건비 3억7000만원 수준…생명 볼모로 보수 올려달라해"
응급의학회 "시장 발언 과장…격무로 병가 또는 휴직·사직"

1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응급환자가 구급차에서 의료진을 기다리고 있다. 2024.4.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장동열 기자 = 최민호 세종시장이 지역 국립대병원의 응급실 축소 운영의 원인을 두고 '의사 인건비 때문'이라고 밝히자,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모욕적"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최 시장은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민들의 생명이 위태로운 건 막아야 하는데 의사들의 인건비를 우리(세종시)가 예비비(재난관리기금)에서 언제까지 지원해 줄 것이냐는 건 굉장히 문제"라며 "이 문제의 핵심은 병원의 경영난이라고 두루뭉슬하게 표현할 게 아니라 오로지 (의사)인건비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세종시는 지난 12일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의 정상화를 위해 재난지원금 2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건비 보전 명분으로, 응급실 전담 의료진에 대한 초과근무수당 등으로 사용된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달부터 응급실 진료를 축소 운영 중이다. 지난달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이 사직해서다.

최 시장은 의사들의 인건비를 시 재정으로 지출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세종충남대병원 의사 인건비가 3억7000만 원 수준인데 다른 병원에서 4억 원이 넘는 보수를 제시하니 옮긴 것"이라며 "이직으로 의사 수가 줄어드니까 남아 있는 분들도 인건비를 올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장 입장에서 행정기관이 병원들의 의사 인건비까지도 계속 지원해야 하냐는 딜레마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 "심한 말로 얘기하면 시민들의 생명을 볼모로 인건비 올려달라는 것"이라며 "충남대 병원의 의사에 비교해서도 그분들(세종충남대병원 의사)의 보수가 높은 걸로 알고 있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한응급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정책 추진 이후 발생한 응급의료 인력 부족의 어려움 속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교수)들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 현장을 힘겹게 지켜왔다"고 밝혔다.

이어 "급기야 지역의 대학병원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격무에 지쳐 병가를 내거나 휴직 또는 사직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런데 지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자체장이 공개석상에서 응급의학과 교수들의 급여를 과장하고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의 응급의료 위기가 마치 응급의학과 교수들의 탓인 것처럼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지역의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야간과 휴일 없이 응급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교수들에게 모욕을 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해당 지역의 응급의료 위기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지자체장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가 국가와 지자체의 제1책무이고 해당 지역에서 국제적 박람회와 대규모 체육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라도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해 지자체장으로서 적극적 행·재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