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일본뇌염 모기 2배 넘게 급증…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일본뇌염 모기 올해 서울서 첫 발견
야간 야외활동 자제·모기 기피제 사용 권고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개체 수가 증가한 데 이어 서울에서는 올 들어 처음으로 일본뇌염을 옮기는 모기가 발견되면서 야외활동에 경고등이 켜졌다.
5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공원, 산책로 등 숲모기를 조사한 결과 지난달 26일 올해 서울에서 처음으로 일본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됐다. 다만 해당 모기에선 일본뇌염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일본뇌염은 작은빨간집모기가 매개체가 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작은빨간집모기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조류나 포유류의 피를 빨아먹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모기가 사람을 물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인체 내로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급성 신경계 증상을 일으키는데, 약 95%는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나머지 일부에서만 모기에 물린 후 5~15일 후에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고열, 두통, 구토, 복통, 지각이상 증상이 나타나며 병이 진행되면서 의식장애, 경련, 혼수 증상을 보이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또 일본뇌염은 마비, 중추신경계 이상 등 후유증을 남기기도 하는데 연령이 낮을수록 그 정도가 심각하다.
문제는 일본뇌염 매개모기 감시 결과 과거에 비해 많은 개체 수가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달 21~27일(30주차) 전국 11개 시·도의 13개 지점의 축사에서 채집된 일본뇌염 매개모기 수는 119개체로 지난해 같은 기간(43개체)에 비해 2.76배나 많았다. 또 2020~2022년 동기간 평균(68개체)보다도 1.75배 많았다.
이에 질병청은 이미 지난 25일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하고 예방수칙 준수 및 예방접종 대상자의 접종을 당부하기도 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일본뇌염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국내 일본뇌염 환자는 매년 20명 내외로 발생하며 대부분 8~9월에 첫 환자가 신고되고 11월까지 발생한다.
최근 5년간 일본뇌염으로 신고된 환자(91명)의 특성을 살펴보면 5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87.9%(80명)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 서울, 강원 순으로 발생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의 개체 수도 증가했다.
말라리아 매개모기 감시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14~20일(29주차) 말라리아 매개모기인 얼룩날개모기류는 10.4개체로 지난해 동기간(4.5개체)보다 2.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2022년 같은 기간 평균(5.5개체)보다도 약 1.9배 많은 수치다.
질병청 관계자는 "매개모기 개체 수도 많을 뿐만 아니라 전체 모기 중 차지하는 비율도 6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매개모기 개체 수는 폭증했지만 환자 수는 지난해 비해 되레 줄어들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까지(30주차)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 수는 37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0명)에 비해 16.2% 감소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개체 수는 늘었지만 관리를 강화해 각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말했다.
올해 말라리아 주의보는 이른 더위로 전년 대비 1주 빠른 6월 18일에 발령됐다. 또 지난달엔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에 말라리아 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삼일열 말라리아의 경우 대체로 중증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상은 감기와 유사한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이 나타나고 48시간 주기로 오한, 고열, 발한, 해열이 반복된다.
반면 해외에서 감염된 말라리아는 국내 감염 말라리아와 달리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비장이 파열되기도 하고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기억상실, 경련, 정신 분열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치사율도 10%로 높다.
따라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의 국가를 방문할 때는 여행 전 말라리아 예방약을 상담 후 처방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모기 매개 감염병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모기가 활동하는 5~10월 일몰 직후부터 일출 직전까지는 캠핑, 낚시 등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할 경우 밝은 색 긴 옷과 품이 넓은 옷을 입고 노출된 피부에는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모기를 유인할 수 있는 진한 향수나 화장품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기가 실내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방충망, 모기장 등을 점검하고 집 주변에 물 웅덩이와 막힌 배수로가 있다면 모기 서식지가 될 수 있으니 고인 물을 없애는 것이 좋다.
또 휴가철을 맞아 모기 매개 감염병 위험지역을 여행할 때는 모기 기피용품을 필수로 준비하고 여행 4주 전 감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손준성 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행하는 지역과 본인의 상태에 따라 예방접종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여행 4주 전까지 전문의를 찾아 상의해야 한다"며 "귀국 4주 이내에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관절통 등 증상이 발생하면 의료진을 찾아 해외 방문 이력을 자세히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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