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업무 떠안는 '전담 간호사'…교육체계·채용기준 없어"
간호법 제정 국회 토론회…"새로운 법 보호체계 마련해야"
"수십 년간 제대로 된 명칭, 관리 없이 업무…정부 수수방관"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전공의 이탈 이후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전담간호사가 의사의 진료 업무를 대신하며 의료공백을 채우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교육체계와 채용기준은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선영 한양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대한간호협회 전담간호사 제도 마련 TF 공동위원장은) 2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 대한간호협회(간협) 주관 간호사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황 교수는 "지난 2월 의료공백 사태 이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다양한 분야에서 전공의를 대신해 일반간호사를 추가로 전담간호사로 활용하고 있지만 병원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신규간호사 채용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정작 이에 대한 적절한 인력충원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담간호사는 병동에서 환자를 돌보는 업무 이외의 업무를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간호사를 일컫는다. 현재 의료기관은 숙련 간호사 중 자체로 선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전담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간협이 지난 6월19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대상인 387개 의료기관 가운데 설문에 참여한 30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관은 151개소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관을 의료기관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이 46개 기관이었고, 종합병원 중 수련병원과 비수련병원이 각각 81개 기관과 24개 기관이었다. 특히 정부가 진행하는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152개 의료기관에서도 간호사들에게 진료지원 업무를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지원 업무를 하는 간호사를 '전담간호사'로 부르는 기관은 72%였고, 'PA간호사'란 호칭을 사용하는 기관은 8.5%에 불과했다. 진료지원 간호사를 PA간호사로 부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를 한다는 이유로 그간 고소 고발이 빈번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하는 간호사는 1만3502명이었고, 이들 중 96.1%인 1만2979명은 전담간호사 또는 일반간호사들이었다. 전문간호사는 3.9%인 523명에 불과했다.
전담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조사한 결과 전담간호사들은 의사의 진료업무와 간호사의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은 85.2%, 종합병원은 73.0%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전담간호사를 선발할 때 마땅한 기준 없이 경력위주로 선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담간호사를 선발할 때 경력위주로 선발한다는 곳은 11.9%였으며, 기준이 없다는 곳은 20.8%에 달했다.
전담 간호사에 대한 교육도 전무했다. '교육이 전혀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7.7%, '교육이 거의없다'는 비율은 36.7%로 나타났다. '대부분 있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9%에 불과했다.
황 교수는 "전담간호사를 중심으로 교육체계 및 지원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간호사법이 하루 빨리 제정되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전담간호사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체계적인 역량 강화 시스템을 통해 국민 건강증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황 교수는 △업무 및 교육과정에 대한 법제화 △법적 보호체계 마련 △표준화된 교육 체계 마련 △수가인정 체계 구축 △의료인 간 업무범위 구분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탁영란 간협 회장도 "지난 수십 년간 의료기관은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숙련된 간호사에게 제대로 된 명칭, 교육, 관리체계 없이 무분별하게 의사 업무를 지시해왔고 정부는 이를 수수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법 보호체계 마련으로 간호사는 전문성과 권리를 정당하게 인정받고, 환자와 국민은 더 나은 환경에서 최상의 간호와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근간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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