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미봉책'…병원·환자 준비 안돼 있어"

"전환 따른 비용 충분히 보상해야" "공감대 선행돼야"
서울의대 교수비대위, 의료개혁 토론회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일 종로구 서울대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의료개혁, 현장이 말하다’100분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8.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중증환자 치료 중심 병원으로 전환한다고 밝혔지만,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지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1,2차 병원의 구조 개선과 환자의 인식 개선 없이는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전문의 중심병원'을 주제로 의료계·의료소비자·관련 전문가가 함께하는 의료개혁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대안암병원장을 지낸 박종훈 한국병원정책연구원장은 정부가 중증질환 구조 전환 정책을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 포션(비율)을 줄이고 전문의 중심으로 가겠다고 한다면 전문의의 역할은 어디까지 할 것인지, 전공의의 역할을 (전문의가) 대신하게 할 것인지, 중간 단계의 역할은 다른 누군가가 해야하는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전문의가 준비돼야 하는데 지금 전문의를 안하겠다고 전공의들이 뛰쳐나가고, 지방병원은 전문의가 없다고 아우성치는 마당에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인건비 비율, 장비 투입을 고려하면 상급종합병원은 갈수록 비급여 중심의 과잉 진료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급종합병원도 결국 재조정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도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전공의 의존도가 50%라고 하면 30%로 줄였을 때 20%는 누군가 채워야 한다"며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에 따른 비용이 큰데 병원 입장에선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획기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두고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대표는 "전공의들에게 '돌아와라. 복귀 명령이 내려왔다'고 해서 복귀할 상황이 아니다"며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이야기가 나오지만 본질적인 의미는 정부에서 지금 추진하는 정책이 사회에 굉장히 부담을 줄 수 있는 잘못된 방법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중증·응급환자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급성기가 지난 환자는 요양병원 등으로 전원하는 등 의료시스템에 대한 국민적인 교육과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진향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도 "희귀질환은 1·2차 의료기관에서의 치료가 어렵다"며 "경증 환자는 동네 병원에서도 가능한데, 꼭 상종에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환자들과 국민들에 대한 사회적인 교육이 선행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임종한 인하의대 교수·주치의운동본부 운영위원장도 "3차 병원의 구조전환은 1, 2차 기관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하며, 하급 의료기관의 역량을 구축하는 작업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1차 의료기관에 환자 중심 의료체계를 정착시키면 병이 생기기 전부터 추적해서 관리할 수 있지만, 아무런 데이터 없이 3차 병원으로 가게 되면 큰 돈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말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 등을 포함한 1차 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달 중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개혁안을 통과한 후,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