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모기' 증가에 공포 확산…"환자 수는 오히려 줄어"
매개모기 개체 늘어…환자는 작년 동기간 대비 16.2% 감소
감염시 치료제 끝까지 복용해야…예방수칙 지키는 것이 최선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제 3급 법정 감염병인 말라리아를 옮기는 매개 모기의 개체 수가 예년보다 증가한 데다 서울에서도 말라리아 환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모기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다만 방역당국은 말라리아 매개 모기 개체 수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환자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점을 들어 과도한 공포심은 자제하길 권고하면서도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 수칙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이희일 질병관리청 매개체분석과장은 29일 오후 열린 정례 백브리핑에서 "올해 말라리아 위험지역이 확대돼 전국 76개 지점에서 말라리아 매개 모기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조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매개 모기 개체 수도 많을 뿐만 아니라 전체 모기 중 차지하는 비율도 60% 가까이 이르렀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장은 "실제로 이러한 변화가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말라리아는 모기에게 물리는 것으로 감염·전파되는데 일본뇌염, 매독, 엠폭스 등과 함께 법정 제3급 감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감염되면 12~18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구토, 두통, 발열과 오한 등의 증상이 48시간을 주기로 나타났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한다. 발열 이외에도 빈혈, 혈소판 감소, 비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김종희 질병청 인수공통감염병 관리과장은 "인체 감염이 가능한 말라리아 원충이 총 5가지인데 이 중 우리나라는 삼일열 말라리아만 발생하고 토착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삼일열 말라리아의 경우 대체로 감기와 유사한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이 나타나고 48시간 주기로 오한, 고열, 발한, 해열이 반복된다. 다만 삼일열 말라리아는 원충이 간에 오랫동안 잠복하는 특징이 있어 모기에 물린 뒤 몇 주에서 몇 년 후에 발병되기도 한다.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모기는 우리가 일반적인 모기와는 생김새와 습성이 다르다. 말라리아 매개 모기는 일반 모기보다 사이즈가 좀더 크고, 날개에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희일 과장은 "이 모기들은 사람을 흡혈하는 것보다는 소나 돼지 같은 대동물을 흡혈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집 안에서보다는 집 밖에서 휴식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말라리아 매개 모기들이 이런 습성을 가지고 있어 말라리아를 덜 전파시킨다"고 설명했다.
또 말라리아 위험 지역은 북한과 접경지역인 경기도 북부 지역에 국한돼 있지만 매개 모기는 전국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이 과장은 "단지 감염된 말라리아 모기가 어디 있느냐를 봤을 때 경기 북부지역에 몰려 있고 환자도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엔 서울시가 양천구, 강서구에 말라리아 경보를 내리기도 했다.
말라리아 경보는 주의보가 내려진 후 △첫 군집사례 발생 △매개모기 일평균 개체 수가 동일 시‧군‧구에서 2주 연속 5.0이상 △채집된 모기로부터 말라리아 원충 검출 등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발령되는데, 양천구와 강서구는 '첫 군집사례 발생' 조건을 충족했다는 게 질병청 설명이다.
올해 말라리아 주의보는 이른 더위로 전년 대비 1주 빠른 6월 18일에 발령된 바 있다.
이 과장은 "보통 말라리아 매개 모기는 장마철 전에 피크를 찍었다가 장마기간에 감소한 뒤 이후에 다시 피크를 찍는 M자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매개 모기 개체 수가 증가한 것과는 반대로 올해 말라리아 환자는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발생한 국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총 315명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16.2% 감소했다.
이종희 과장은 "예년과 달리 서울시에서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돼 더 위험한 상황이라기보다는 관리 강화를 위해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화된 관리에도 말라리아에 감염됐다면 처방된 치료제를 모두 복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과장은 "국내 삼일열 말라리아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는데 이를 불규칙적으로 복용하거나 중단하면 간 내 원충이 제거되지 않아 재발이 가능하다"며 "아프리카 등에 방문해 감염되는 열대 말라리아는 신속한 치료를 받는 것이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증상이 발생하면 48시간 이내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질녘부터 새벽까지 매개 모기가 활동하는 시간에 야외 활동은 가급적 피하고 외출 시에 밝은색 긴바지와 소매 품이 넓은 옷을 입고 모기 기피제를 뿌리는 등 예방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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