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의학교육평가원 억압 중단하라" 잇달아 성명(종합)

가톨릭대 교수협 "교육의 질 어떻게 담보할지 먼저 밝혀야"
고려대·연세대의대 교수들 "의평원 중립성 침해하지 말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2024.6.2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학 교육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원장의 발언을 교육부가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에 대해 각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며 교육부에 "억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성명서를 내고 "교육부 차관의 망발에 강력한 항의를 표한다"며 "교육부는 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을 우려한 발언에 대해 반박할 자신이 있다면 내년에 증원이 된 대학에 어떠한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지, 의과대학 교육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 것인지를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밝혔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전날 '의대 교육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의평원 원장이 각 대학이 준비 중인 상황을 무시한 채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해 근거없이 예단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해당 단체가 당초 설립 목적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역할을 수행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또 교육부는 의사로 편중된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와 재정 투명성을 의평원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평가업무를 수행하는 의평원을 정부의 압력으로 굴복시키려는 듯한 차관의 발언에 대한 즉각 사과를 표명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는 제대로 된 교육 정책을 통해 학생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대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살리고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하는 본연의 임무를 돌아보고 의대정원 증원의 부당함을 알리는 학생들과 교수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의 교육여건 개선 지원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2024.7.4/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대위와 연세대의대 교수 비대위도 이날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근거 없이 의대생 정원을 현 인원의 50%를 증원한 주체가 누구인가"라며 "교육부 차관이 의평원장이 근거가 없이 교육의 질 하락을 발언했다고 하는데, 교육부는 의대 증원시 교육의 질이 담보가 된다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이들은 "교육부 차관은 교수 학생 법정 기준으로 교수 1인당 학생 8명 이내여야 하는데, 현재 40개 의대 교수 1인당 학생수가 평균 1.6명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며 "의과대학은 기초 의학교육과정을 통해 임상의학에 대한 이해와 적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와 전문성 부재를 교육부 수장이 여과없이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평원은 정부가 지정한 의학교육 평가인증 인정기관이나 의평원이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의평원의 인증을 받은 의과대학일지라도 국제적으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면서 "의평원은 국제 인증 평가기구(WFME)로부터 2026년 9월까지 인증기관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 의평원 원장의 발언은 전문가적인 발언이며 현재 한국 의학계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깊은 우려의 표현으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교육부가 의평원에 대해 중립성과 재정투명성을 요구한 것을 두고 "교육부관계자가 의평원이 시행하는 평가의 공정성,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나 병원협회 등 예산 지원으로부터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는데, 교육부는 국민 건강을 담당할 의사를 배출하는 의과대학의 질을 평가하는 의평원에 재정 지원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더 이상 사회제도와 절차를 훼손하지 말라. 또한 전문가적 양심의 표현을 억압하지 말라. 정부는 의평원의 중립성을 침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har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