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결별 '독자노선' 선언한 전공의·의대생…복잡해진 정부 셈법

정부 "대화 테이블로 나와달라…의료개혁 특위서 논의해야"
“정부, 전공의·의대생 따로 분리 상대해야” 의견도

1일 오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등이 오가고 있다. 2024.7.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강승지 기자 = 의정갈등의 주요 당사자인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결별을 선언하고, 독자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 대책과 소통 테이블 마련 등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구성이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전날(2일) '무능·독단의 임현택 의협 회장, 의료계를 멋대로 대표하려 하지 말 것'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의협이 주도하는 범의료계 협의체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임현택 의협 회장을 겨냥해 "무능독단이다. 의료계를 멋대로 대표하려 하지 말라"며 "의대생들의 입장은 이미 의대협 대정부 8대 요구안을 통해 제시됐음에도 임 회장과 그의 집행부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3대 요구안을 냈다"고 지적했다.

또 "(그가) 무례한 언사로 의료계 지위 실추시키며 학생들 목소리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 회장 당선 이후 행보는 의료계 입장을 대변하는 의협 회장의 행동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회 청문회에서는 의료계 입장을 대변하기는커녕, 본인 발언에 대해서도 수습하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8대 요구는 △필수의료패키지·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의정 동수의 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 △정책 졸속 추진 사과 △의료행위 특수성 고려한 의료사고 제도 도입 △합리적 수가 체계 △의료전달체계 확립 △수련환경 개선 △휴학계에 대한 공권력 남용 철회다.

전공의들은 일찍이 의협과 독자행보를 걸어왔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올특위 첫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박 비대위원장 지난달 페이스북에 "(의협 3대 요구안은) 대전협 7가지 요구안에서 명백히 후퇴한 안이며, 대전협 비대위는 이 요구안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임현택 회장은 최대집 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전공의, 의대생이 원하는 요구안과 의협 회원들이 원하는 요구안이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7대, 8대 요구안과 의협의 3대 요구안은 맥락상 다른 부분이라서 동일 선상에 두고 이야기할 것은 아니다"며 "어쨌든 (의협은) 회원들의 뜻과 반대되는 걸 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의대생 등의 주장과 달리 의협 회장은 투표를 통해 선출되기 때문에 대표성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의협 관계자는 "(투표로 선출되기 때문에) '멋대로' 의료계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며 "물론 대표성을 갖는다고 해도 그 사람의 의견이 모든 의사들의 의견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가질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의협 회장의 거친 발언과 관련해서도 "국민들이 보기 불편했거나 회원들이 보기에 불편했으면 어쨌든 반성할 여지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협에서) 동의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의협과 선을 긋고 독자 행보를 선언하면서 정부의 대응 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정부는 의료계를 대표할 단일 협상 창구를 요구해 왔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만큼 의대생과 전공의를 의협 등과 따로 분리해 상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손을 내밀면서도 당장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뉴스1에 "정부는 복귀한 전공의가 정상적으로 수련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연속근무단축 시범사업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과제들을 추진중이며, 의료개혁특위를 통한 수련환경 개선과제에 대한 논의를 속도감 있게 논의하고 정책에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권병기 중앙사고수습본부 반장도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전공의분들이 대화의 테이블에 나와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도 의료계와의 소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단체들이 하루빨리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의료개혁 논의에 같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방해하는 규정들은 개정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권병기 반장은 "전공의가 (9월에 복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며 "다만 현재 결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초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했지만, 전공의들은 병원으로 복귀하지도 병원을 그만두지도 않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1만 506명 중 사직한 레지던트는 51명으로 사직률은 0.49%에 그친다. 전공의 1만 3756명 중 출근자 수는 1087명으로 출근율은 7.9%로 나타났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