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 60대 폐암 환자에 중입자치료 시작…국내 최초

연세암병원 보유 회전형 치료기, 360도 회전 암세포만 초정밀 타격
췌장암·간암 이어 폐암도 시도…연내 두경부암까지 치료 암종 확대

김경환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방사선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환자의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종양 위치를 분석하고 있다. (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연세암병원이 다른 암보다 치료가 까다로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국내 첫 사례다.

26일 연세암병원에 따르면 폐암 초기 진단을 받은 환자 김 모 씨(65)에게 25일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김씨는 일주일 동안 총 4회의 중입자치료를 받게 된다.

중입자치료는 암세포만 골라 초정밀 타격해 방사선 치료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입자치료기는 조사 각도에 따라 고정형과 회전형 두 가지로 나뉜다.

국내에서 가장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기를 들여온 연세암병원은 현재 고정형 치료기 1대와 회전형 치료기 2대를 보유하고 있다. 단일 기관이 회전형 치료기 2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세계에서 유일하다.

폐암 중입자치료에는 '회전형 중입자치료기'를 이용한다. 회전형 중입자치료기는 치료기가 360도 회전하면서 암 발생 위치 등을 고려해 환자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

폐에는 아픔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 폐암에 걸렸더라도 조기 발견은 어렵다. 김씨의 경우 건강검진에서 종양이 발견돼 정기적으로 CT를 촬영하며 추적 관찰해 왔다. 그러던 중 종양이 커지자 중입자치료를 받게 됐다.

김씨와는 달리 전체 폐암 환자의 60% 정도는 폐 전체에 암이 퍼진 4기에 처음 진단을 받는다. 폐 조직 사이로 암세포 전이도 쉽다. 그만큼 중증이 많은 질환이다.

또한 폐암으로 진단된 환자들 상당수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 간질성 폐 질환 등 기저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폐 기능 자체가 떨어져 있어 수술을 못 하는 경우도 흔하다.

김경환 교수가 치료 시작 전 환자를 살피고 있다. (병원 제공)

하지만 20년 이상 중입자치료를 진행 중인 일본의 데이터에 따르면 폐암 환자의 중입자치료 성적은 매우 뛰어나다. 이에 더해 기존 방사선치료 대비 부작용 발생률도 큰 차이를 보인다.

세계적으로 가장 방대한 중입자치료 임상데이터를 보유한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가 주요 의학학술지에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3cm 이하의 초기 종양은 3년 국소제어율이 95% 이상이고 더 큰 종양의 경우는 80~90%의 국소제어율을 보였다.

국소제어율은 치료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는 확률로 특정 부위(국소)를 타깃하는 중입자치료에 있어 치료 성적을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아울러 방사선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방사선폐렴'의 발생률도 중입자치료에서는 3% 이하에 불과하다. 기존 방사선치료에서는 최대 20%까지 나타나는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수술이 어려운 간질성 폐질환을 동반한 폐암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도 중입자치료의 장점이다.

중입자치료를 시행하면 낮아진 폐 기능과 상관없이 정상 장기는 피하고 암세포에만 입자가 닿는 중입자치료의 특성상 폐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환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폐암 환자에 중입자치료를 진행하면서 환자 상태에 따른 최적의 치료계획을 세웠다"며 "추후 면역항암제 공고 요법 등 환자 치료 성적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치료 대상 환자를 계속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췌장암과 간암 3기 환자에게 중입자치료를 시작한 연세암병원은 이번 폐암 치료에 이어 하반기에는 두경부암까지 치료 암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