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무기한 휴진’ 시동, 의협 ‘올특위’ 출범 …전열 정비

세브란스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서울성모·삼성서울 ‘준비 중’
의협 ‘올특위‘에 전권…의대생·전공의 참여가 관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6.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강승지 기자 = '빅5' 병원들이 무기한 휴진을 서두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생과 전공의까지 모두 참여하는 범의료계 협의체를 출범시켜 대정부 협상은 물론 투쟁 방향 결정권까지 사실상 전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강남센터 등 서울대 의대 산하 4개 병원 소속 교수들은 다음주에도 휴진을 이어나갈지를 두고 논의 중이다. 이들은 지난 17일~21일 외래진료, 수술 등을 변경한 바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21일까지 휴진을 이어나갈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의 무기한 휴진 여부는 '빅5' 병원의 휴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브란스병원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서울아산병원은 다음달 4일부터 1주간 휴진에 돌입한다.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교수 총회를 열고 이번 주말까지 장기 휴진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오는 25일 교수 총회에서 휴진을 논의할 예정이다.

무기한 휴진을 둘러싼 의료계 안팎의 우려도 크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임 회장이 발표한 무기한 휴진을 두고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다. 임 회장은 오는 27일 의료계가 무기한 전면 휴진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이는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난 19일 입장문에서 "저를 포함한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임 회장이 여의도 집회에서 무기한 휴진을 발표할 때 처음 들었다"며 "의사결정 회무 방식과 절차에 치명적 문제가 있다. 시도회장들이나 회원들은 존중받고 함께 해야 할 동료이지, 임 회장의 장기판 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의협 중심의 '단일대오'를 강조한 의협은 의료계 협의체 구성을 두고 한발 물러서는 등 주도권을 내줬다. 의협은 전날 의료 사태를 해결할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하고 의대교수, 전공의, 시도의사회 등 3명을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하기로 했다.

특위 위원으로는 의협 2명, 의대교수와 전공의 각 3명, 시도의사회 2명,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1명이 참여한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특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임 회장은 당선인 시절부터 범대위 체제로 하겠다고 얘기하며, 대전협에 참여를 요청했으나 여러가지 불발된 부분이 있다"며 "올특위가 중심을 잡고 (의료계를) 대표해서 협상 또는 투쟁에 대해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도 올특위에 참여한다.

하지만 전공의, 의대생 등의 참여가 불투명해지면서 반쪽짜리 특위에 그칠 수 있다. 의협은 지난 18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범의료계 협의체 공동위원장 자리를 제안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박 위원장은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범의료계 대책 위원회 공동 위원장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으며, 현재의 상황에서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고 했다. 그는 '올특위' 출범과 관련해서도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불참을 시사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4.6.2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반면 정부 주도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에 연일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4차 회의를 열고 미래 의료수요에 대비한 인력 수급 추계, 재정 투자 방향 등을 논의했다.

또 의대 정원 조정 등 의료인력 수급 추계를 다룰 '수급 추계 전문위원회'(전문위)를 구성한다. 의학, 간호학, 통계학, 경제학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문위가 의사, 간호사 등의 적정 인력을 추계하면, 각 직역 대표가 위원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는 자문위원회가 의견을 낸다. 이를 토대로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정책 의사결정 기구는 의대, 간호대 등의 정원을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은 각 대학별 입시 요강이 발표되어서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의협 등 의사단체가 논의에 참여할 경우 2026학년도 이후 의대정원은 재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전문위가 만들어지고, 직종별 자문위에 의협 등 의료계가 참여해 논의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다음 단계가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의대 교수, 전공의 등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및 배분 결정'의 집행정지 신청 재항고를 기각했다. 법원은 의대생에게는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결정으로 의대증원은 더이상 물릴 수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의협을 비롯한 의사 단체는 의대증원 재논의를 정부와의 대화에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양측이 대화의 장에서 만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