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생존율 10%…악명 높은 췌장암, 중입자치료로 잡는다
증상없어 진단도 힘들지만 암세포 공격성 높아 치료도 어려워
'세계 최초' 회전형치료기 2대 보유 연세암병원, 본격 치료 시작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5년 생존율 10%. 몸속 깊은 곳에 위치해 암이 생기더라도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기로 소문난 암이 있다. 바로 췌장암이다.
췌장암은 증상도 없는 데다 치료가 힘든 암으로도 악명이 높다. 수술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국소 재발률이 40~80%로 높고 암세포의 공격성이 높아 인접 장기를 따라 퍼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물론 췌장암이 비교적 초기에 진단된다면 외과적 수술을 먼저 고려하지만, 진단이 늦어 국소 진행됐거나 원격 전이가 동반되면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수술이 어려운 국소 진행 췌장암이나 수술 후 잔존 암이 있을 때는 국소 제어를 위해 방사선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췌장은 방사선에 예민한 위, 소장 등 정상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고 호흡에 따라 위치 변동이 커서 기존 방사선치료로는 종양에만 정확하게 고선량을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세암병원은 중입자 치료기로 악명 높은 췌장암을 정복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고정형치료기를 가동하며 전립선암 환자를 치료한 데 이어 지난달 회전형치료기를 추가 가동하면서 췌장암 환자까지 치료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중입자치료기는 치료기의 회전 가능 여부에 따라 고정형과 회전형으로 나뉜다. 연세암병원은 단일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회전형치료기 2대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연세암병원이 보유한 회전형치료기는 타 국가의 회전형치료기보다 크기가 작아 무게도 가볍다.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 회전형치료기의 60% 정도 크기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은 "회전형치료기는 조사 부분이 360도 돌아가는 만큼 환자 특성과 종양 위치에 맞게 조사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종양만 타깃해 방사선량의 세밀한 분포가 가능해진다"며 "고정형치료기는 환자의 좌우 방향에서 조사가 가능해 전립선암에 특화됐다면 회전형치료기는 이러한 특성으로 위치가 복잡한 췌장암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췌장암의 경우 중입자치료의 주요 대상이 된다. 또 원격 전이가 없는 췌장암에서도 중입자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계성 절제가능 혹은 절제가능 췌장암에서 수술 전 췌장암 주변의 미세 암세포들을 제어하고 완전 절제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입자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중입자치료의 효과는 국제 연구를 통해서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방대한 중입자치료 임상데이터를 보유한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가 주요 의학학술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기가 진행돼 수술이 불가한 췌장암 환자의 경우 항암제와 중입자치료를 병행했을 때 2년 국소제어율이 80%까지 향상됐다.
국소제어율은 치료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는 확률로 특정 부위(국소)를 타깃하는 중입자치료에 있어 치료 성적을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다.
금웅섭 센터장은 "중입자치료 후 2년 생존율이 56%라는 성적도 나오고 있어 우수한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규슈 국제중입자선 암치료센터(SAGA), 군마대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의 2년 국소제어율도 76~82%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2년 생존율은 53~57% △정중 생존기간 25.1~29.6개월 △3도 이상 위장관계 궤양 3%로 우수한 치료 성적을 보였다.
기존 방사선치료 시 △2년 생존율 30% △정중 생존기간 15개월, 양성자 치료 시 △2년 생존율 30~50% △정중 생존기간 18~25.6개월 △3도 이상 위장관계 부작용 약 10%로 보고됐던 것에 비해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것이다.
금 센터장은 "국소 진행성 췌장암에서 항암제 요법에 중입자치료를 순차적으로 병행한다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일본 임상 연구 자료에 따르면 경계성 절제가능 혹은 절제가능 췌장암에서도 중입자치료 후 완전 절제율 73%, 5년 생존율 52%로 보고되는 등 중입자치료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금 센터장은 "연세암병원은 중입자치료와 기존의 항암 등 전통적인 치료법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토콜 개발에 열심"이라며 "중입자치료를 췌장암에 적용해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며 다른 암 치료법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연구 등을 이어가며 성적 향상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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