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휴진, 일부 교수만 참여" vs "딴 나라 살고 있나"

교수마다 진료 스케줄 천차만별…"실제 참여율 파악조차 힘들 듯"
대학병원마다 차이…일부에선 휴진 결정 달갑지 않아 해

1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6.1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서울의대 교수들에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주축으로 전국의 대학들이 잇달아 휴진을 선포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비대위 차원의 결정일 뿐 대부분의 교수들은 환자 곁을 지킬 것이라고 본다"며 교수들의 참여율이 낮을 것이라고 장담해 진위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각각의 의과대학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는 분위기를 전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선 대학별로 상황이 많이 다른 데다 교수별로 진료 스케줄이 천차만별이라 참여율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 모두가 생각하는 '셧다운'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회가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선언한 데 이어 40개 의과대학이 소속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대한의사협회(의협)의 18일 휴진 결정에 따르기로 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의대 교수들의 휴진 결정은 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교수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오는 18일로 예정된 휴진 참여에 대해 93.7%가 찬성표를 던졌고, 고려대의료원도 90% 이상, 연대의대는 72%, 성균관대는 66%로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교수들의 휴진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당장 집단휴진하는 것이 아니고 강경 교수들 중에서 일부가 휴진에 동참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휴진 결정은 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많은 교수들이 다 진료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교수들의 집단 휴진 참여가 낮을 거라는 판단에 현재 개원의들에게 내린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집단 휴진을 이끌고 있는 교수들은 지난번과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전 실장의 브리핑에 대해 "딴 나라 사시는 분 같다"며 "투표나 의향 조사를 해보면 대부분 대학이 70% 이상 휴진을 해야 한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병원이 협조가 안 되고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 대학마다 차이는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실제로 병원마다 휴진에 대한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다. 빅5 병원은 강경한 분위기지만 그 외 병원들 중에선 비대위부터 휴진 결정을 반기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여긴 투표도 대부분 안 했고 병상가동률도 높다"며 "자율적으로 하자고 했지만 거의 동참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도 "지금 다른 병원에서 빠진 환자들을 여기서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마음은 있겠지만 휴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높은 찬성률로 휴진을 결의했더라도 실제 참여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선언한 서울의대 비대위 소속 교수는 "상황이 너무 급박해 참여율 파악을 따로 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일단 정부의 브리핑처럼 강경 교수만의 동참은 아닐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예약 변경 지원을 요청하는 교수들의 조치만으로 하루가 간다"면서 일정 조정 등 물리적인 어려움으로 당장 17일부터 많은 교수들이 동참하지 못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빅5 병원 비대위 소속 교수는 "진료팀이나 원무과에서 알려주지 않아 자체적으로 참여율을 집계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휴진 관련해 외래 분산, 환자 연락 등에 대해 활발히 상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우리 비대위 소속 교수는 중환자실, 응급실 외 모두 휴진"이라며 "의협에서 휴진 관련해 정부에 제안이 있을 듯한데 우리도 빨리 정상화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의협은 전날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 의료계와 가진 연석회의 후 브리핑에서 "휴진 사태를 막을 명확한 요구안을 다시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까지 정부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예정된 휴진 사태는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정부와 타협점을 찾지 못해 대부분의 교수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간다고 해도 막상 이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대학병원 교수들의 경우 매일 진료가 잡혀 있지도 않을뿐더러 응급·중증 환자는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진료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동네 의원처럼 매일 문을 여닫는 시간이 일정한데 18일에 셔터를 내려 못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 같은 경우는 일단 병원은 정상 운영"이라면서 "18일에 진료가 원래 없는 교수도 많고, 미뤘다고 해도 개별적으로 안내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이걸 다 알아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휴진 당일에 병원에 와본다고 해도 올 환자는 오고 (일정이) 조정된 환자는 안 오기 때문에 이게 휴진을 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게다가 외래만 안 볼 뿐 출근해서 연구하면 휴진인 것이냐. 너무 애매모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도 "지금도 병원은 적자가 심하고 잘 굴러가지 않고 있는데 정부는 잘 굴러간다고 하지 않느냐"며 "18일에도 '역시 교수들은 휴진 안 했다'고 하기 딱 좋은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솔직히 병원이 셔터 내리고 아비규환이 되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접점을 찾아 해결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