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전공의 면담 지시'도 안 통했다…일부 교수, 상담 거부(종합)

수련병원에 협조 공문…결과 제출 기한 31일까지로 연장
교수들 "이 상황서 대화 되겠나"…정부 "사직서 수리 검토 안해"

2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진료 지연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4.5.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김규빈 기자 =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난 지 석달이 넘었지만 복귀율은 10%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각 수련병원들에 요청한 '1대1 면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면담이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병원의 연락을 받지 않는 전공의들도 많았지만, 의정갈등 상황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를 수 없다는 교수들의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일체 연락을 돌리지 않은 병원들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오후 각 수련병원들에 '전공의 개별상담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복지부는 수련병원장들에게 "진료공백 최소화, 전공의의 조속한 복귀 노력의 일환으로 개인별 상담을 실시해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 등을 확인하고 향후 전공의들을 위한 정책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며 전공의들과의 대면 상담을 요청했다.

상담은 24~28일까지 5일간 근무지를 떠난 전공의 전체를 대상으로 복귀 의사와 향후 진로에 대해 진행하라고 안내돼 있다. 상담 주체는 수련병원장 또는 전공과 과장으로만 제한을 두고, 그 결과는 28~29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28일 오후 결과 제출 기한을 31일로 연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일이 촉박하다는 일부 요청에 따라 제출 기한을 기존 29일에서 31일로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수련병원들에 보낸 공문.

복지부가 수련병원들에 이 같은 공문을 보낸 데에는 정부가 정한 '복귀 시한'을 넘기도록 현장에 돌아온 전공의들이 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복귀하고 싶은 상황임에도 현장의 여러 가지 압력에 의해 제때 돌아오지 못하는 이런 경우가 많이 있다"며 "그래서 정부가 공문을 보내 수련병원 원장이나 진료과장이 전공의 개인 복귀 의사를 개별적으로 묻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바람과는 달리 면담 결과 제출 기한이 다 되도록 전공의들과의 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진 병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복귀할 맘을 가진 전공의들도 많지 않아 보인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금요일 오후에 공문 보내놓고 29일까지 결과를 제출하라고 하더니 갑자기 31일까지로 연장됐다고 하더라. 시일이 촉박해 연장했다고 하는데 그 이틀 사이에 얼마나 더 많은 전공의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전화, 문자, 메일 모두 연락을 안 받는 건 일부러 피하는 것인데 100일을 피하던 전공의들이 이틀 만에 맘을 바꾸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고연차는 교수들과 면담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고연차와 저연차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고연차는 조금만 고생하면 전문의 자격증 시험을 칠 수 있는데 저연차는 그런 생각이 없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있는데 임상조교수나 교수들이 아버지뻘이라 설득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임상과별로 메일이나 문자를 보내는데 연락을 해도 받지를 않는다"며 "대면 상담을 해야 하는데 연락을 안 받으니 잘 될 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일부 병원들은 복지부의 요청을 따를 수 없다는 판단에 애초에 전공의들에게 연락을 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준성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은 "본인들(정부)이 해야 할 일을 각 병원과 대학의 수장들을 통해 회유를 하게 하는 갈라치기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며 "거기에 대한 반응은 다 알 거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우리 병원은 교수님들이 (대면 상담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며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지금 상황에 굳이 나서지 않겠다는 병원들도 있고 전공의들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병원들도 있어 실질적으로 대화가 진행된 곳은 없을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전공의들도 끝까지 복귀 안 한다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 사직서 수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난 지 100일 가까이 되어가면서 생활고를 호소하는 전공의들도 늘고 있다. 의료현장 이탈 후 월급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 데다 사직서 수리도 되지 않아 취업도 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의협에서 제공하는 생계 지원금 100만 원을 받아간 전공의만 1646명에 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사직서 수리를 해줄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전병왕 실장은 전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정부가 따로 사직서 수리 부분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조기에 복귀를 하면 할수록 조기에 수련과정을 마칠 수 있다"며 "빨리 복귀하기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