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증원' 인용 또는 기각…이르면 오늘 법원 결정
오늘 또는 내일 '의대증원 집행정지' 서울고법 판단 나올 듯
항고심 결정 앞두고 공세 격화…양측 모두 "지면 재항고"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명운을 가를 법원 판단이 이르면 16일 나올 전망이다.
의료계의 바람대로 법원이 의대 증원 효력을 정지할 경우 당장 내년도 증원 계획은 무산되지만, 각하하거나 기각할 경우 정부의 증원 작업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법조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의대생과 전공의, 교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및 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 판단을 16일 또는 17일 내릴 예정이다.
지난 2월 정부가 의대생 20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한 후 의대생, 전공의, 교수 등 18명은 법원에 증원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함께 효력 중단을 요구하는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1심은 "의대 증원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며 교수와 의대생 등은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 3자에 불과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의대생, 전공의 등은 즉시 항고했고, 항고심 재판부는 원고 적격을 문제삼던 1심과는 달리 "의대 정원이 늘면 처분의 직접 대상자인 대학 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정부 측에 의대 증원 처분과 관련한 근거 자료를 요청했다.
정부는 법원 요청에 따라 지난 10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보도자료 등 49건의 자료를 제출했다.
항고심 재판주의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의료계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각 대학은 2025년 대입 수시모집 요강 확정 마지노선인 이달 말까지 의대 모집 인원을 반영해야 하는데, 항고심에 불복해 재항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일정상 내년 모집 인원을 뒤집기는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계도 이번 항고심에 "명운이 걸렸다"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를 상대로 집행정지를 제기한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들의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전날 '박민수 산수 공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박 차관이 중대본 회의 후 기자들에게 '2000명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나온 단순한 산수'라며 의료계를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2000명 증원은 정부가 내린 정책적 결정이라고 애써 강변했다"며 "박 차관이 주장한 과학적 근거인 3대 보고서는 모두 저자들로부터 부인당했고 최근 보고서조차도 정면으로 부정당했다. 박 차관의 수준은 산수도 안 되는 딱 그 수준"이라고 저격했다.
박 차관은 지난 13일 중대본 브리핑 당시 "정부는 2035년에 1만5000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중 1만 명은 미래의 공급을 통해서 해소하자고 해서 2035년에 1만 명을 채우려면 의대 교육과정이 6년인 점을 감안할 때 2025년에 2000명 증원이 필요한 것은 바로 계산이 나오는 산수"라고 말한 바 있다.
의료계는 지난 14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허위사실 유포, 협박죄, 강요죄 등 혐의로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같은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은 다분히 정치적인, 아니 정략적인 결정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들은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이나 과학적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고 수많은 주요 회의들은 모두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 검증을 위해 '과학적 검증 위원회'를 구성해 검증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의교협은 이를 통해 "의대정원배정위원회(배정위)에서도 학교별 교육 여건을 고려한 배분 논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도 유명무실한 '거수기 회의'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도 연일 2000명 증원은 과학적, 합리적 근거와 사회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 차관은 지난 14일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과학적·합리적인 근거와 사회적 논의 결과 각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정심 심의를 거쳐 2월 6일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한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면서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여 의대정원 증원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정부는 서울고법이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도 "(인용 결정이 내려지지) 그렇지 않기를 희망하고, 또 그렇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도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병철 변호사는 "의료계도 마찬가지 입장이고 절차는 아마 끝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국 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날 임시총회를 열어 법원이 의대 입학정원 증원 처분의 효력을 정지(인용)할 경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진료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전의비는 또 각하나 기각이 될 경우 장기화될 비상 진료 시스템에서의 근무시간 재조정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상의했다고 밝혔다.
전의비는 그러나 "각 대학별로 의대 정원 증원 배분에 대한 경과와 절차를 파악한 결과 인력, 비용, 시설 등에 대한 고려 및 정확한 실사 없이 무분별하게 배정된 사실이 재확인됐다"며 "구체적인 예산 투입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심층적인 현장 실사도 없이 정원 배정이 이루어진 것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법원의 판결 이후 대학별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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