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집단사직·주1회 셧다운' 예고…"최악의 5월이 온다"

이달 넘기면 전공의 1년 지연, 의대생 유급 불가피
'주1회 셧다운' 전국 확대될 듯…"정말 마지노선" 호소

25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대화하고 있다. 2024.4.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전공의와 전임의가 떠난 후 두 달 넘게 의료현장을 지키던 의대 교수들이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집단사직을 예고하며 대국민 호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시에 전국 20개 의과대학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6일 오후 총회를 열고 일주일에 하루 휴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면서 '주 1회 셧다운'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돼 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오는 5월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해 한 달째가 되는 이달 25일부터 병원을 떠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법 660조에 따라 고용기간 약정이 없는 근로자는 사직 의사를 밝힌 뒤 1개월이 지나면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직 효력 발생 이틀째인 이날 현재까지 의대 교수가 병원을 이탈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교수들은 예정된 진료, 수술 스케줄 등을 조정한 뒤 개별적으로 사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타임래그'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의비는 지난 23일 총회에서 25일 사직 시작을 재확인했다.

의료계는 5월이 교수 집단사직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지도부 4명도 다음달 1일부터 병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5월을 기점으로 두는 이유는 이달 말까지가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다음달이 되면 전공의들은 돌아올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진짜 이번 달 안에 어떻게든 최대한 해결을 해야 한다. 정말 마지노선"이라며 "5월이 되면 교수들 사직도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도 "5월이 되면 경험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다음달이 되면 전공의들은 돌아올 이유가 사라진다. 올해 수련 일수를 채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한 달 이상 수련 공백이 생기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기간이 3개월을 넘어서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의대생 유급 마지노선도 이달 말이다.

이에 교수들은 대자보를 붙이는 등 국민들에 마지막 호소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병원 곳곳에 "잘못된 정책으로 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의학 교육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환자분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게재했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지하 1층 방사선종양센터 외래 병동에 있는 장범섭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진료실 문 앞에 자필 대자보가 붙어 있다. (독자 제공)

장범섭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자신의 진료실 문앞에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현 정부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정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 의료는 정치적 이슈로 난도질당하고 있다"며 "의료현장의 목소리는 묵살하고 2000이라는 숫자에 목맨 증원은 의료재정을 더욱 고갈시키고 각종 불필요한 진료로 환자들은 제물이 될 것이다. 대학병원에는 아무도 남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다음주부터는 대학병원마다 주 중 하루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주 1회 셧다운'이 예정돼 있다.

이미 빅5 병원 중 4곳(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병원)이 일주일에 한 번 외래진료와 수술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전국 곳곳의 병원이 '주1회 셧다운'을 결의했다.

충북대병원은 이달 초부터 금요일 외래 진료를 하지 않고 있고, 충남대병원은 26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외래와 수술 휴진을, 원광대병원도 이날부터 금요일마다 수술을 하지 않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7시 전국 20개 의과대학이 교수 비대위가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전의비 총회에서 '주 1회 셧다운'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의비는 지난 23일 총회 후 "교수들의 정신과 육체가 한계에 도달해 다음 주 하루 휴진하기로 했다"며 "주 1회 휴진 여부는 병원 상황에 따라 26일 정기 총회 때 상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의비 관계자는 "교수들의 피로 누적은 결국 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주 1회 휴진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지금 이미 여러 병원에서 주 1회 휴진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날 총회에서도 같은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