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공보의도 남은 공보의도 과로 호소…특별휴가 요청

"사기 진작 차원…의정 갈등 사태 끝난 후 휴가 사용"
'해본 적 없는 일' 떨어지기도…"위험 상황 발생 우려"

지난달 27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가운 아래 군복과 군화 차림의 군의관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3.2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종합병원 등에 파견돼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는 공중보건의(공보의)들이 과로를 호소하고 있다. 파견되지 않고 지역보건소 등에 남아 있는 공보의들 또한 파견 공보의들의 업무를 대신하면서 가중된 업무량에 신음하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는 보건복지부에 파견 공보의들에게 특별 휴가를 요청했다고 23일 밝혔다. 복지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든 지방의 의료원이나 보건소, 보건지소 등에서 일하고 있던 공보의들은 지난달 11일부터 빅5 병원을 비롯해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충북대학교병원 등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에 파견돼 있다. 현재 파견된 전공의는 289명으로 전체 공보의(1209명)의 약 24%를 차지한다.

문제는 파견된 공보의들이 자유롭게 연가, 병가 사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다만 대공협은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현재의 의료 공백 사태가 끝난 후 휴가를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이성환 대공협 회장은 뉴스1에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상황이 끝난 후 진행했는데 이번에도 끝나는 시점에 말씀을 드릴까 하다가 사기 진작 차원에서 협회에서 미리 얘기해놓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또 "파견된 인력도 그렇지만 남아 있는 공보의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때도 지금만큼의 부담은 없었는데 지금은 공보의 숫자도 많이 줄어든 데다 파견 공보의도 25%나 되다 보니 남아 있는 공보의들도 업무에 치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원래 2명이 근무하던 보건소엔 1명이 일하기도 하고 1~2개 지소를 담당하던 곳이 많게는 8개 지소까지 보는 곳도 있다"며 "응급실도 4명이 교대로 한 달 당직 서던 곳도 3명으로 줄어들어 주당 근무시간이 60시간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파견된 공보의들에게 해본 적이 없는 일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 회장은 "예를 들어 골수를 채취하는 골수천자 등을 훈련받지 않은 공보의들도 있는데 이런 업무들을 시켜 거부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병원에서도 인턴이 하는 술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고 교육을 충분히 시킨 다음에 진행해야 하는 업무인데 지금 같은 경우는 행정교육을 제외한 어떤 실기교육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교육과 훈련이 되지 않은 공보의가 병원이 시키는대로 했다가는 정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