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곧 한달…정부 “사직도 군대도 개원도 안 된다”

정부 "민법 제660조 적용 안돼 1개월 뒤 자동사직 아냐"
변호사들 "민법보다 수련규칙 우선…병원마다 달라 확인해야"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진료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4.3.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전공의가 집단 사직을 시작한 지 한 달째가 되는 18일이 다가오면서 교수들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나면 민법상 자동으로 사직 처리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정부는 전공의의 경우 자동 사직 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직 처리가 되지 않으면 전공의 신분이 유지돼 현역으로 입대할 수도 없고, 개원도 할 수 없다. 또 정부가 밟을 행정 처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셈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후 한 달이 지나면 효력이 발휘한다는 주장은 민법 제660조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 이는 약정이 없는 근로계약의 경우에 해당하는 조항"이라며 "그런데 전공의들은 다년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에 해당해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민법 제660조에 따르면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상대방이 해지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이 경과하면 효력이 생긴다.

여기서 정부가 강조하는 것은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다. 전공의는 애초 계약을 할 때 기간을 정해 계약을 맺기 때문에 민법 660조를 적용할 수 없고 계약상 남은 기간을 일해야 한다.

현역 입대도 못한다. 현재 군의관·공보의 차출이 이어지는 데다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사병으로 입대하겠다는 전공의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막혀 있다.

박 차관은 "전공의가 될 때 의무사관후보생이 되는데 자의로 사병으로 입대하고 싶다고 해서 입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지난달 26일 병무청도 "의무사관후보생은 본인이 중도에 포기하겠다는 사유로 해서 의무사관후보생이 취소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직 수리가 되지 않으면 개원도 하지 못한다. 의료법 33조에 따르면 의원을 개설하기 위해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하지만 정부는 "이들은 전공의 신분"이라며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하는 것도, 개원도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하지만 변호사들은 정부의 주장이 모든 전공의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정부가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는 민법 제660조보다 우선하는 것들이 있다는 의미다.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보통 병원의 수련 규칙을 보면 '한 달 전에 사직의 의사를 밝히면 한 달 후에 효력이 발생한다' 내지는 '사직 한 달 전에 사직 의사를 밝혀야 된다' 등의 내용이 있다"면서 "이것은 개별 약정이기 때문에 여전히 유효한 것이고 그렇다면 이런 약정이 있는 전공의들에게까지 '이 민법 적용이 안 된다', '한 달 전 사직 의사를 밝힌 게 효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법은 양 당사자간의 약정에 따라 내용이 바뀔 수 있다"며 "다른 내용이 없을 때 민법으로 가는 것이지 당사자간 약정이 있는데 민법이 우선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톨릭중앙의료원 전공의 수련규정을 보면 제47조에 '전공의가 사직을 원할 경우에는 사직 예정일 최소 30일 전에 소속 임상과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직서를 제출 받은 소속 임상과장은 24시간 이내에 이를 수련교육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수련 규정에 이 조항이 있다면 민법을 우선 적용해 사직서 제출 뒤 수리가 없어도 한달 뒤 자동 수리가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노동법 전문 변호사도 "민법은 일반법이기 때문에 병원에 취업 규칙이나 수련 규칙에 '사직 한 달 전에 의사를 밝히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내용들이 들어가 있으면 민법보다 우선"이라고 말했다.

계약 갱신 부분도 있다. 전공의의 경우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계약갱신일이 몰려 있는 2월 말~3월 초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은 전공의들은 사직서 제출 여부를 떠나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수련규칙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제대학교부산백병원 수련규칙 제11조에는 '본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경우 별도의 조처가 없더라도 당사자간의 수련계약은 종료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계약서에 사인한 전공의라면 사직서를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계약 종료일에 자동으로 사직이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전공의 신분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도 효력을 잃게 된다. 조 변호사는 "오는 18일 사직이 인정된다면 그 전에 내린 업무개시명령도 이날 이전까지만 효력이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