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직역과 정원 협상 사례 없어…지역완결적 의료체계 마련"(종합)

"환자 위태로울 것이라는 식 제안엔 더더욱 응할 수 없어"
지역 거점병원 빅5 수준으로…소아 필수의료에 1조3천억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 2024.3.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김규빈 기자 =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협상하지 않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간 정원 문제를 두고 특정 직역과 협상하는 사례는 없었다며 "협상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식의 제안에는 더더욱 응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더불어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마련하고 소아 필수진료 강화를 위해 5년간 약 1조 3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의대 증원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을 위해 의료계에 협조를 당부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는 의대 교수들을 향해 "지금은 환자를 떠난 전공의들을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할 때"라며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제자를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원 문제를 두고 특정 직역과 협상하는 사례는 없다. 변호사도, 회계사도, 약사도, 간호사도 마찬가지"라며 "'협상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식의 제안에는 더더욱 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차관은 전날 과학기술한림원 토론회에 참석하여 필수의료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논의한 결과 정부와 의료계가 생각하는 의료개혁 방향과 내용은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의대 정원을 확대했지만 갈등 없이 이행됐다"며 "일본이 의대 정원을 늘린 2008년으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의학교육의 질 저하나 의사 유인수요 등의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의 궁극적인 목표가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경증부터 중증에 이르는 어떠한 질환도 내가 사는 지역 내에서 제때 최적의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역 의료체계를 강화하겠다"며 "지역 내 역량있는 병원을 육성하고 각 병원 간 네트워크를 강화해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리는 비정상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대병원 등 지역 거점병원의 역량을 수도권 주요 5대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국립대병원이 필수의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수 있도록 총액 인건비와 총 정원 규제를 혁신하고 소관부처를 복지부로 이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립대병원의 R&D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비 사용 관련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안에 법 제·개정을 거쳐 내년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또 중진료권 단위별로 의료 수요를 감안해 지역 종합병원 3~4개를 육성하는 등 지역 내 의료기관의 허리 역할을 하는 '지역 종합병원도 집중 육성 방안'을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이다.

더불어 지역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도록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올 하반기부터 실시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권역별로 3년간 최대 500억원을 지원한다.

김성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교수(가운데)와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오른쪽)가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필수 의료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 주제로 열린 제220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2024.3.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정부는 또 지역 의료기관이 우수한 의료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역인재 전형 비율을 현행 40%에서 대폭 확대하여 새로 증원되는 신규 인력은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7년까지 국립대병원에 1000명 이상의 교수 증원을 추진하고, 계약형 필수의사제도 도입한다.

또 정부는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 의료 이용과 공급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의료 정책의 기본 틀로 활용하기 위한 '의료이용 지도'를 마련한다.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지역 수가'도 도입한다. 분만 분야에는 지난 1월부터 이미 지역수가가 적용되고 있다. 박 차관은 "특별시·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분만의료기관에는 지역수가 55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아 필수진료 강화를 위해 5년간 약 1조 3000억 원을 지원한다.

박 차관은 "오늘 중대본 회의에 보고된 1조 3000억 원 소아과 진료지원은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고 이미 지난해에 발표한 자료들을 총괄 정리한 것이고, 소아과 관련 추가 대책은 준비 중에 있다"며 "소아나 분만, 외과 계열 수술 등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필수의료 분야 수가 지원 대책은 학회 등 관련 단체들과 협의해서 만들어지는 대로 추가 보고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날부터 산부인과학회와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각 필수의료 전문학회와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정부는 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고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의료개혁의 4대 과제를 제시한 필수의료 패키지의 구체적 내용도 의료계와 함께 만들어가길 희망한다. 현장을 떠난 의료진도 속히 복귀해 개혁안 마련에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또 전공의 보호·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10여 건 전화가 온 것으로 보고받았다. 이틀째인데 애로사항을 접수하는 것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 같다"며 "동료들의 따돌림 때문에 주저하거나 망설이는 전공의들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