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0명' 전문병원 재조명…정부 "상급종합병원 수준 보상 검토"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에 전문성과 역량 갖춰…전국 109개소
현장 "대학병원 견줄 실력 갖춰" 홍보·보상체계 강화해달라

13일 서울시내 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환자의 권리와 의무' 게시물 앞을 지나고 있다. 2024.3.1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공의 집단이탈로 대형병원이 혼란에 빠지고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가운데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대형병원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병원이 주목받고 있다. 현장은 대형병원 환자 쏠림의 대안이 전문병원이라고 강조한다. 정부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 중요성을 인식한 모습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병원 실력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체계를 만들어 전문성을 갖춘 강소 중소병원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문병원은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대해 난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급(2차) 의료기관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병원들의 전문화·특성화와 중소병원들의 경쟁력 확보 지원을 위해 의료법을 개정해 2011년부터 전문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총 109개 의료기관이 전문병원으로 지정·운영되고 있다. 지정 분야는 관절·뇌혈관·대장항문·수지접합·심장·알코올·유방·척추·화상·주산기·한방중풍·한방척추 등 12개다. 진료과별로는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신경과·안과·외과·이비인후과·한방부인 등 7개다.

전문병원은 환자 구성 비율과 진료량, 병상수, 필수진료과목, 의료인력, 의료 질 평가, 의료기관 인증 총 7가지 지정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 중 전문병원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면 3년간 4000만원 수준의 관리료와 3억원 수준의 의료 질 평가지원금 등 건강보험 수가를 지원받는다. 복지부는 지정 기준 유지 여부를 정기적으로 평가해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면 수가 산정을 중단한다.

따라서 전문병원은 해당 전문 질환이나 전문과목만큼은 대형병원에 견줄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는 게 복지부와 의료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을 해결할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덕 대한전문병원협회장(하나이비인후과병원장)은 뉴스1에 "고난도 의료행위를 제공해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을 막고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는 게 전문병원의 취지"라며 '지역완결형 의료전달체계' 확립 과정에 전문병원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전문병원 제도가 13년 됐는데 국민은 아직 전문병원이 뭔지 잘 모른다. 정부가 전문병원 홍보와 인식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 전문병원이 '미드필더' 축구선수처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추가 지정을 하고, 보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또 "대형병원에 경증 환자가 몰릴 게 아니라 최중증 환자 치료와 연구에 집중하고 지역 전문병원과 종합병원은 지역민 치료에 힘쓰려 한다. 쏠림현상도 막고 건강보험 재정도 절약할 수 있다"며 "수가 보상 강화, 지역 전달체계 확립 방안에 함께 머리를 맞댈 때"라고 부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사집단행동 대비 현장점검을 위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명지성모병원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3.1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복지부 지정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인 명지성모병원의 허춘웅 회장도 "중소병원은 대학병원에 견줄만한 실력을 갖춘 병원들"이라며 "현 제도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중증·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구급대원이 환자를 적절한 전문병원으로 이송해 치료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뇌혈관질환자가 발생하면 무조건 상급종합병원에 가는 게 아니라 명지성모병원 같은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으로 이송하자는 취지다.

허준 명지성모병원 원장은 "현 의료전달체계에서는 뇌혈관질환 환자, 중증 환자는 권역 혹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먼저 이송하게 돼 있다"며 "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이 중요한 만큼 빠른 처치 여부에 따라 환자의 예후가 달라지기에 병원 도착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준 원장은 "이미 다른 병원에 이송한 뒤 다시 우리 병원에 온다. 시간이 지체됐기 때문에 예후가 안 좋을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가 바로 잡혀야 환자들이 더 신속하고 안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환자를 전원해서 치료할 수 있는 특수·고난이도 전문 병원을 특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전문병원 지원과 별개로 내년에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전공의 과의존에서 탈피해 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하자는 취지다.

전문의 고용을 확대해 전공의에게 돌아간 업무를 줄이며 인력 간 업무 분담을 지원한다.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에 필요한 수가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음주 중 전문의 중심 병원 등에 관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