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현 정윤미 임윤지 신은빈 기자 = MBC 직장내괴롭힘 의혹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오요안나 씨 사건과 관련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들이 MBC에 노동 인권 문제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 오 씨 측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오 씨의 정신과 진료 기록과 어머니와의 통화 녹음, 다른 MBC 기상캐스터와의 대화 녹취 등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이날 "현안질의는 고 오요안나 씨의 비극적 사망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민과 유족의 뜻에 의해 열렸다"며 "가해자로 지목된 MBC 기상캐스터들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고 억울한 점이 있으면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목적도 있는데, MBC 측의 불참으로 진상규명의 길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과방위는 이날 현안질의에 MBC 측 증인 3명과 9명의 참고인 출석을 요구했으나, 1명의 증인과 6명의 참고인이 불출석했다. 불출석한 1명은 오 씨와 함께 근무했던 박 모 기상캐스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유족께서 요청하신 증인이 딱 한 명있는데 출석을 안하셨다"며 "출석을 안할 만한 상황이냐"고 질의하자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은 "전해 듣기로는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셔서 방송도 지금 출연 못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며 "공식 휴직은 아니고 출연을 중지한 상태"라고 답했다.
박 기상캐스터는 방송 출연을 이어오다 10일 전인 지난 8일 아침 뉴스 출연을 마지막으로 방송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출석하지 않은 증인은 간사와의 협의를 거쳐 국회에서의 증감법 제15조에 따른 고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가의 기상캐스터 프리랜서 고용구조를 지적하며 방송사 재허가 심사조건에 노동인권 지표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 의원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에게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방송사 재허가 조건에 비정규직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삭제했다"며 "프리랜서 고용구조 처우 계약 안전성 항목화의 필요성에 동의하느냐"고 질문했다. 이 위원장은 "유사 조건이 있지만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에 최민희 과방위원장도 "과방위가 더 살펴보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처우와 관련된 조건이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방송사의 프리랜서 고용 구조를 비판했다. 다만 노 의원은 이 자리에서 오 씨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포함된 MBC 기상캐스터 6인의 정규직 전환까지 요구했다.
노 의원은 박 본부장에서 "현재 MBC 기상캐스터 업무를 하는 프리랜서 중 2년 이상 된 사람이 얼마나 되냐"고 질의했다. 이에 박 본부장이 "기상캐스터 6명 모두 2년 이상 됐다"고 답하자 "모두 정규직화해야겠다, 약속할 수 있냐"고 종용했다. 박 본 부장은 "근로자로 판단된다면 정규직화해야 한다, 법적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 씨의 유가족은 과방위원들에 이번 사안을 정쟁화하지 말고 진상 규명을 도와달라고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 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유가족은) 이번 사건이 정쟁화는 것을 원치 않은건 당 싸움으로 인해 우리 딸의 이름이 안좋게 거론되는 게 싫다"며 "있는 그대로 사실만 밝혀진다면 부모로서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흐느꼈다.
이어 "진실 규명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모든 의원님들께 진심으로 부탁드린다"며 "MBC 측에서도 우리 안나가 잘못했든, 기상캐스터들이 잘못했든 저희가 갖고 있는 증거로 내놓듯 그쪽에서도 (증거를) 내놓고 진실을 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유가족 측은 가해자 1명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유가족 측 법적대리인을 맡은 전상범 변호사는 "여러 자료를 종합해봤을 때 고인이 (직장내괴롭힘으로) 굉장히 힘들어 했을 거라 판단을 했고,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 소송을 제기했다"며 "노동자성(근로자성) 인정이 사용자에게 종속돼 온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MBC 측이 자료를 전부 갖고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은 "현재 소송도 걸려 있고 민감한 상황이라 (자료를) 지금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진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과방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노동부 조사가 진행되고 결과가 나오면 MBC가 책임져 나가야할 부분이고 노 의원이 제기한 프리랜서와 비정규직 차이 문제까지 환노위와 연계해 꼼꼼하게 점검해 가겠다"며 "오요안나님도 가슴에 안고 공정인 마음으로 일하도록 하겠다"고 유가족에 약속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