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당내 경선을 앞두고 대규모 공약 발표에 나선 가운데 핵심 공약들을 살펴보면 '국민의정부'(김대중)와 '참여정부'(노무현), 나아가 윤석열정부의 주요 정책들마저 계승·발전하려는 지점이 포착된다.
'성장'에 방점을 찍고 '실용'으로 구현하는 이 후보의 색깔이 핵심 공약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이재명캠프에 따르면 이 후보의 제1 공약은 '인공지능'(AI)이다. 지난 10일 온라인 대선 출마 선언 후 제일 먼저 발표한 공약이 AI 관련 정책이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후보는 "AI는 동시대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라며 △100조 원 투자 △국가AI위원회 위상 강화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GPU 최소 5만 개 이상 확보 △인재 양성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 강화 △지역 거점대학 AI 단과대 설립 △병역 특례 △규제 합리화 △국민 무료 AI 보급 등을 통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이 후보의 AI 공약에 대해 "그 어떤 분야보다 AI에 대한 이 후보의 의지가 강하다"며 "먹사니즘을 넘어 잘사니즘을 구현하는 데 AI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AI 공약은 김대중정부의 최고 성과로 평가받는 IT(정보통신기술) 산업 육성과 맥을 같이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확충을 통해 IT 강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제조업에서 IT로 국가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이 시기 네이버와 넷마블 등 지금의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 생겨났다.
김대중정부의 '초고속 인터넷'이 이 후보의 'AI'와 맞닿아 있는 이유이다.
문화 분야 공약 역시 '국민의정부' 정책과 결을 같이 한다. 국민의정부는 1999년 문화산업 진흥 기본법을 제정하며 한류의 초석을 마련했다.
백범 김구와 김 전 대통령의 '문화'에 대한 애정을 즐겨 언급하는 이 후보는 △문화재정 대폭 확대(현 국가 총지출의 1.33%) △음식-미용-음악-드라마-웹툰 시장 규모 2030년까지 300조 원으로 확대 △K-콘텐츠 창작 과정별 국가 지원 강화 △버추얼 스튜디오 등 공공 제작 인프라 확충 △문화예술 정책금융 및 세제 혜택 확대 △콘텐츠 불법 유통 적극 차단 △인문학 지원 및 교육 활성화 등을 통해 문화강국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며 문화산업은 21세기의 핵심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문화강국,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AI·문화와 함께 공약 앞줄에 놓은 것은 '방산 분야'이다.
이 후보는 "K-방산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미래 자동차 등과 더불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먹거리"라며, 이를 위해 △범정부적 지원 체계 강화 △대통령 주재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 △방산 수출 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 감면 △관련 스타트업 육성 및 방산 병역특례 확대 등을 제공해 "대한민국을 글로벌 방위산업 4대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징병제와 모병제의 중간 성격인 '선택적 모병제'를 꺼내 들며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약한 20대 남성층 표심 공략에 나섰다.
이 후보의 방산 정책은 참여정부의 국방 개혁과 비슷하다.
참여정부는 F-15K 전투기 도입과 이지스 구축함 개발 등 군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한국형 헬기와 무인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군 병력 감축 전망과 군 무기 체계의 첨단화를 지향하면서 병력을 50만 명 수준(당시 약 68만 명)으로 떨어뜨린 점 등을 고려하면 이 후보의 방산 공약은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공약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원전 공약은 윤석열정부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 후보가 당 대표 시절인 지난해 민주당은 정부의 원전 관련 예산을 1억원 증액해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런 기조를 공약으로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AI 우선 정책을 위해서는 대규모 전기가 필요한 것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당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우클릭' 행보가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AI와 문화, 방산, 에너지 공약과 달리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이 후보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행정수도 문제가 그렇다. 이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될 시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임기 내에 건립하겠다는 것을 고리로 세종을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연·김경수 후보가 적극적인 행정수도론을 펼치는 것과 달리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정치 원로들과 국민의힘 등을 필두로 이 후보를 압박했던 권력분산 개헌 역시 "지금은 내란종식이 우선"이라며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신 이 후보는 충청과 영남에서 주말 간 잇따라 열리는 경선 첫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충청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TK(대구·경북) 맞춤형 지역 공약을 내놓으며 표심 다잡기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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