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올 1분기 시장 기대를 훌쩍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것은 독보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과 관세 불확실성으로 재고를 비축하려는 선주문이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계절적 비수기라는 허들을 뚫고 역대 두 번째 최고 성적이자 역대 1분기 최고 실적이 탄생한 배경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 6391억 원, 영업이익 7조 4405억 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24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9%, 영업이익은 157.8% 급증했다. 순이익은 8조 1082억 원으로 323.0% 폭증했다.
이번 호실적은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이 이끌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우려로 글로벌 빅테크들의 선구매 주문이 몰리며 가뜩이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수요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분기는 AI 개발 경쟁과 재고 축적 수요 등이 맞물리며 메모리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에 맞춰 HBM3E 12단,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관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AI 패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 경쟁이 더 뜨거워 HBM 수요는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관세 우려에 따른 수요 위축보다, 불붙은 AI 시장의 수요 열기가 더 뜨겁다는 판단이다.
김기태 SK하이닉스 HBM 세일즈앤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관세) 불확실성이 있지만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HBM의 장기 수요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2028년까지 연평균 50%의 HBM 수요 증가율을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관세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은 올해도 HBM 실적은 타격을 입지 않을 전망이다. 통상 HBM은 1년 전에 고객사와 공급 물량 협상을 끝내는데, 올해 물량은 '완판'한 상태다. 올해 수요는 전년 대비 두 배 성장하고, 2분기부터 HBM3E 12단의 매출 비중이 전체 HBM3E의 절반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유지하기로 했다.
중국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서버 수요가 더 확대된 점도 메모리 공급사로선 호재다. SK하이닉스는 "딥시크의 출현으로 AI 모델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고, 이는 AI 개발 시장 진입 장벽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개발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개발 시도가 급격히 증가했고 HBM뿐만 아니라 96GB D램 등 고용량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윈도10 종료에 따른 교체 수요와 AI PC의 본격적인 성장, 신규 스마트폰의 AI 성능 개선에 따른 고성능 모바일 D램 수요 증가 등도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를 끌어 올릴 요인이다.
김규현 SK하이닉스 디램 마케팅 담당은 "PC, 스마트폰 등 IT 소비재는 당분간 관세가 유예되며, 올해 AI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 출시 효과가 기대된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인상 전 구매를 서두를 가능성도 있어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AI 서버도 상대적으로 관세 수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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