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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경찰 주인공은 왜 '마석도' 같은 형사들뿐일까[이승환의 노캡]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3-06-11 06:01 송고 | 2023-06-12 08:57 최종수정
편집자주 신조어 No cap(노캡)은 '진심이야'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캡은 '거짓말'을 뜻하는 은어여서 노캡은 '거짓말이 아니다'로도 해석될 수 있겠지요. 칼럼 이름에 걸맞게 진심을 다해 쓰겠습니다.
6일 오후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영화 '범죄도시3' 포스터가 걸려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5일 기준 누적관객수는 521만632명이다.2023.6.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6일 오후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영화 '범죄도시3' 포스터가 걸려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5일 기준 누적관객수는 521만632명이다.2023.6.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경찰'이란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가죽점퍼나 운동복을 입고 육탄전을 벌여 범인 손에 수갑을 채우는 모습을 많이 떠올릴 것이다. 요즘 흥행하는 영화 '범죄도시3' 마석도(마동석 분) 형사가 경찰의 대표 이미지다. 우람한 체구의 마 형사가 완력으로 '빌런'(악당)을 때려잡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쾌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러나 경찰은 '마석도 이미지'를 슬슬 벗어던질 때가 아닌가 싶다. 요컨대 수사 전문성을 인정받고 '수사관' 이미지를 부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에는 일반 시민도 알 만한 '수사통' 검사가 있지만 경찰은 아직 그렇지 않은 현실이다. 

형사나 수사관이나 같은 경찰관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경찰 내부에선 둘을 구분 지어 부르고 있다. 형사는 강력계 등 경찰서 형사과 기능이나 시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경찰관이고, 수사관은 경찰서 수사과 지능팀·경제팀 또는 시도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와 금융범죄수사대에서 일하는 경찰관이다.

강력계 형사가 살인·절도·납치 혐의 사건을 주로 다룬다면 수사관은 뇌물수수·사기·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등 법리적으로 더 복잡하고 다양한 사건을 맡는다. 과거 식대로 단순화하면 형사의 핵심은 '잡는 것'(체포)이고 수사관의 주요 능력은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다. 

최근엔 범죄 요인이 복합적이라 강력계 형사들에게도 수사 이해도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4월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인'은 강력계 형사 관할이지만 수사부서에서 담당하는 '코인' 관련 사기 범죄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성 범죄도 아이피 추적 등 수사력을 동원해야 하는 온라인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정교하게 증거를 분석하고 고난도 수 싸움으로 피의자의 자백 진술을 받아내는 수사력 없이 슈퍼맨 같은 '완력'만으로 범죄자들을 소탕하기는 이제 불가능하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책임 수사' 체제가 본격화해 경찰의 수사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경찰이 수사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 수사 체제를 유지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 수사는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온전히 수사를 책임진다는 의미다. 수사권 조정 이전 검찰의 지휘를 받던 경찰이 '숙원'이라 부른 것이 바로 책임수사 체제였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적 능력엔 아직 의문부호가 가시지 않았다. 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사건, 같은 해 대선주자까지 연루된 대장동 일당 사건 당시 경찰 수사는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 여러 갈래로 얽힌 대장동 관련 의혹들 중 주요 의혹 사건이 검찰로 넘겨진 후 실체 규명에 더 속도가 붙어 검경의 수사 실력이 직접 비교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 전문성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유능한 수사관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역량 있는 인재를 수사부서로 유입해야 한다. 가뜩이나 수사권 조정에 따른 업무량 증가로 수사부서 기피가 뚜렷한 만큼 수사 성과자가 승진 등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문제는 심사와 시험, 근속 등 현 승진 체계상 수사관들이 위로 올라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승진 경로인 시험을 공부하기엔 업무 서류더미를 눈앞에 둔 수사관들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웬만한 성과로는 승진하기 어려워 수사 경찰 자격증인 수사 경과가 큰 의미 없다며 한숨 쉬는 수사관들도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해 8월 취임 후 수사관 특진을 확대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단기 처방인 특진 외에 수사관의 사기 진작과 전문성 강화를 장기적으로 도모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수사경찰 승진자 비율만 따로 규정해 전제 수사경찰 승진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영화에서도 '육탄전' 형사가 아닌 '치열한 두뇌 싸움' 수사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실제 경찰 수사관들이 다루는 사건들은 '범죄도시' 못지않게 극적이라 경찰 수사력만 입증된다면 영화 소재로 써도 손색없을 것이다. 
 
 이승환 사회부 사건팀장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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