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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 '부분 수용'…독립성 물러서지 않는 선관위

선관위, 여론 압박에 자녀 특혜 채용 의혹 한해서만 감사 수용
감사원 권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시간벌기용" 비판도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23-06-10 06:01 송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탄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서만 감사원의 감사를 수용하기로 한 데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탄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서만 감사원의 감사를 수용하기로 한 데 대해 "국민을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2023.6.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여권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했다. 지난 2일 선관위는 선관위원 만장일치로 감사원 감사 거부를 결정했는데, 일주일만에 '거부'에서 '부분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선관위는 이번 감사와 별개로 감사원이 선관위에 감사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이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헌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선관위의 결정에도 업무추진비 유용 등 내부 비리 의혹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선관위가 감사를 전면 수용할 때까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관위는 전날 경기 과천 청사에서 노태악 선관위원장 주재로 전원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한 상임위원들은 3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고위직 간부 자녀의 특혜 채용 문제에 관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거센 비판 여론이 깔렸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1%가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에서는 "비판 여론에 부딪친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마지못해 수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선관위는 전날 입장문에서도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이 선관위의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선관위를)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독립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선관위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앞서 두 헌법기관은 감사원이 선관위에 직무감찰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 정면 충돌했는데, 이에 대해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헌법 97조에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행정기관 및 그 공무원의 직무'로 돼 있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행정부 밖의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감사원은 감사원법 24조 3항에 따라 직무감찰 범위 대상 공무원에서 국회·법원·헌법재판소만 제외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전면 수용하고 노 위원장을 포함한 선관위원 9명이 전원 사퇴할 때까지 압박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결정 직후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선관위원 전원 사퇴와 감사원 감사 전면 수용을 요구하는 등 연일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규탄대회에서 "선관위가 헌법재판소에 의뢰하겠다고 하는데 헌재는 이미 정치재판소로 전락한 지 오래된 곳"이라며 "그런 데 기대 가지고 자신들 정치적 생명을 연장해보겠다는 노태악 위원장과 선관위원들이야말로 가장 빨리 청산돼야 할 적폐"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은 다음주 감사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부분 감사 수용 입장에 대해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특혜 채용 외에 업무추진비 유용 선관위를 둘러싼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감사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감사원 감사에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국회 국정조사, 경찰 수사까지 겹치며 선관위는 '감사원-권익위-국회-경찰' 사각 편대의 공세에 직면한 상황이다. 권익위는 감사원과 별개로 선관위 퇴직자까지 최근 7년간 채용 및 승진 내역을 전수조사하고, 조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고소·고발을 하거나 수사 의뢰를 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는 선관위 국정조사 기간과 범위, 대상자 등을 놓고 여야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7일 경찰청으로부터 박찬진 전 사무총장 등 간부 4명의 자녀 특혜 채용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선관위가 현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태를 추스르고 여러 의혹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직원들의 반발을 잠재우려면 시간을 버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본 것"이라며 "청년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성'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선관위도 끝까지 버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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