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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못 잡고 있는 '살인 피의자' 성치영…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나?

성치영, 피해자 살해·유기 뒤 도주…흔적 없이 사라져
경찰 "밀항·신분 위장 등 다양한 가능성 염두에 두고 수사"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 2023-06-10 06:1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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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북 정읍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피의자인 성치영(52)이 종적을 감춘 뒤 흐른 시간이다.
성치영은 지난 2009년 4월25일 정읍 신태인 역에서 아내에게 현금 10만원과 현금카드 1장, 양말과 속옷 등을 받고 사라졌다. "2~3일 정도 머리 식히고 오겠다"는 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경찰청은 지난 2020년 성치영을 공개 수배 대상자로 지정하고 그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담긴 전단을 홈페이지와 전국 관공서 등에 게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성치영은 지난 2009년 4월20일 정읍시의 한 이삿짐 센터에서 업주 동생 이모씨(당시 37세)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행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정읍에서 화물차 기사로 일하고 있었던 성씨는 사건 당일 전주지법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불어난 빚을 감당할 수 없었던 성씨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파산이었다.
파산선고를 받은 날에도 빚 독촉 전화는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그가 일하는 이삿짐센터 대표의 동생이자 도박판의 전주(돈을 빌려주는 사람)였던 이씨였다.

성씨는 파산 전날 조금이라도 빚을 갚기 위해 또다시 도박을 했고, 이 과정에서 이씨에게 50만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의 부인에 따르면 사건 당일 그의 모습과 행적은 평소와는 달랐다. 

성씨가 파산 선고를 받은 뒤 정읍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20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3시간여가 지난 8시가 넘어서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뒤늦게 돌아온 성씨의 옷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었으며, 손에는 상처까지 있었다고 했다.

같은 시각 이씨의 가족들도 이씨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이날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선 그가 아침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휴대전화도 꺼져 있어 연락도 안됐기 때문이다. 이후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이씨의 형은 동생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삿짐센터 사무실을 둘러봤고 바닥 등에서 핏자국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씨의 가족 등의 진술과 현장의 혈흔들을 토대로 단순실종이 아닌 강력 사건인 것을 직감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전날 돈을 빌렸던 성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성씨의 행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와 그의 아내의 진술이 엇갈린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성씨가 피의자라는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해 집으로 돌려보내야만 했다.

이후 경찰은 이씨의 승용차가 번호판이 바뀐 채 정읍의 한 병원에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차 안에서는 성씨의 지문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성씨를 재소환해 조사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가족들에게 "머리를 식히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행적을 감춘 상태였다.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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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흐른 2014년 7월, 경찰은 이씨의 시신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발견된 장소는 사건이 발생한 이삿짐센터 사무실에서 약 1.5㎞ 떨어진 공사장의 폐정화조 안이었다.

해당 시신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좌우 늑골 10여곳이 흉기에 의해 손상된 자국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성씨가 금전문제로 다투다 이씨를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하고, 도주한 것으로 추정하고 추적에 나섰다. 그러나 성씨의 행적을 찾는데 실패했다.

성씨는 희귀질환인 베체트병을 앓고 있어 주기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이에 건강보험관리공단으로부터 환자 명단을 받아 확인했지만 성씨로 의심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베체트병은 입안과 성기 등에 궤양이 발생하고, 시력을 잃을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현재 장기미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전북경찰청 강력계 미제사건수사팀은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성씨의 생활반응이 없는 점을 토대로 외국으로 밀항했을 가능성과 타인의 신분으로 위장해 국내에 거주하고 있을 가능성 모두를 염두에 두고있다.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숨진 이씨가 170㎝, 몸무게 80㎏으로 몸집이 컸기 때문에 키 164㎝에 불과했던 성씨가 이씨를 쉽게 제압할 수 없었을 것이란 게 경찰의 생각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장기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며 "적극적인 제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성치영은 키 164㎝로 왜소한 체격이다. 전라도 말씨를 쓰며 베체트병 진단을 받은 바 있다. 경찰청은 2020년부터 성씨를 공개 수배 대상자로 선정했다. 전북에서는 유일한 공개 수배 대상자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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