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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자퇴하고 현대차 촉탁직으로…MZ세대 '신풍속도'

"돈만 좇기보다는 미래 계획을 신중히" 전문가 조언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2023-06-08 06:10 송고 | 2023-06-08 07:36 최종수정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지난 2일 오전 현대차 야간 출근을 앞두고 있던 현대자동차 촉탁직 근무자 황씨는 "꿈의 실현은 대학이 아닌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란 걸 깨달았고, 그날 내 인생은 바뀌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4개월 차 현대차 촉탁직으로 공장 레인에 서 있는 황모씨(26)는 원래 경찰이란 꿈을 가지고 울산대학교 경찰학과 17학번으로 입학했었다. 입학 당시 꿈꿔 온 경찰을 실현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 학기 3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은 그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고, 경찰은 순경시험을 통과하면 되기에 꿈의 실현은 '대학'이 아닌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황씨는 그날 바로 자퇴를 결정했다. '대학교 자퇴'라는 어찌 보면 쉽지 않은 결정이 확신이 서는 순간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자퇴 이후 순경시험 공부를 시작했지만 인강비, 책값, 밥값 등등 생활비는 부족했고 이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친구를 통해 현대차 촉탁직을 접했다.
황씨는 "현대차 촉탁은 2교대로 주간의 경우 퇴근 후, 야간의 경우 출근 전 자기 계발 등 개인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촉탁직의 경우 직무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1년 10개월이 최대이고, 촉탁직은 재계약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황모씨는 "거의 2년 가까이 시켜주는 게 어디냐"며 "이것이 단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웃어 보였다.

황씨는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대기업을 경험할 수도 있고, 그 시간 동안 돈을 벌어 앞으로 자기개발도 여유롭게 할 수 있는 금액을 모을 수 있다"며 "또래의 비해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큰 메리트"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자퇴생이자 현재 촉탁직 근무자 심씨는 "촉탁은 '제2의 인생'을 위한 발판"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했다.

마찬가지로 울산에 위치한 전문대 치위생과에 17학번으로 입학했던 심모씨(25)는 17학년도 1학기에 대학교를 그만뒀다. 치위생과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는 '박봉'이라 답했다.

심씨는 대학교를 그만두고 제 2의 꿈을 모색하던 중 하고 싶은 사업이 생겼다.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심씨도 '현대차 촉탁'에 뛰어들었다.

촉탁을 마음먹은 이유도 '사업 자금 마련'이자 '제2의 인생을 위한 발판'이라 답했다.

심씨는 근무 외 시간을 활용해 서점을 가서 책을 사고, 책을 읽으며 촉탁직이 끝나면 실현해나갈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심씨는 "무스펙으로 일을 시작해서 정규직만큼이나 큰돈을 짧은 시간에 벌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울산에 있어서 촉탁직을 할 수 있다는 게 복이라면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타지에 거주 중이거나, 울산에 현대차 촉탁과 같은 기회가 없었다면 고민없이 타 지역일지라도 지원했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대학교 자퇴를 후회하지 않냐는 질문에 '단 한 번도 없다'고 입 모아 말했다.

2년 내로만 가능한 계약직이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공통점은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는 MZ세대의 성격을 설명하기 충분했다.

© News1 DB

교육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22년 대학 휴학생 14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휴학 사유 통계자료에 따르면, '직장/일 관련 문제'가 남자 45.9% 여자 32.4%로 항목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났다.

이밖에도 '경제문제'가 남자 7.9%, 여자 5.6%, 건강상의 문제 남자 6.4%, 여자 8.5%로 뒤를 이었다.

남자의 경우 '직장/일 관련 문제'와 '경제문제'의 합은 휴학 사유의 과반을 넘어간다. 이처럼 대학 휴학의 상당 부분이 경제적인 이유와 연결됨을 확인할 수 있다.

울산대 행정학과 도수관 교수는 "1990년대의 과거의 울산의 경우 지나다니는 개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경기가 좋은 도시였다"며 "2세대는 그 혜택을 누렸고, 현재는 과거만큼이나 고속성장은 보이지 않고, 양질의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학업을 포기하고 고연봉 계약직 공장에 뛰어드는 현실에 대해선 "당장의 이익을 얻으려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고민을 신중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울어진 상황에서도 돈만 좇는 세대가 되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는 세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jooji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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