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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의사 수급책 없었다…정부, 의사·병원에 밀리면 안돼"

의료정책 전문가, 간호사·한의사 등 타 직역, 시민단체 한목소리
복지부 장관 "2025학년도 의대증원 강력 추진"…논의에 속도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3-06-06 06:17 송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의료현안협의체 간담회'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1.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의료현안협의체 간담회'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1.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과대학 정원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혀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정부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300~500명 규모로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대한의사협회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한의사협회 등 일각에서는 의사 늘리기에 매몰되기보다 필수 의료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방법부터 고민하자는 견해도 있어 복지부가 다양한 대책을 함께 마련할 전망이다. 각계 전문가는 조 장관의 이번 발언에 동의하면서 "정부가 의협과 병원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라며 "고령화되고 건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의사 수가 부족한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 의대 정원에는 확대 방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의사들이) 반대를 많이 하지만, 의료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의료계 분들도 국민 건강 보호 증진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으니 충분히 협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0.9.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0.9.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복지부가 분석한 'OECD 보건통계 2022'를 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는 2.5명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에는 한의사가 포함됐는데도 OECD 평균인 3.7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적은 나라는 멕시코(2.4명)뿐이라 사실상 꼴찌다.

의학 계열(한국은 치의학 제외, 한의학은 포함) 졸업자도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7.2명으로 OECD 평균(13.2명)보다 낮다. 프랑스가 10명, 미국과 일본은 각각 8.2명, 6.9명이다. 반면 한국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14.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재무상임이사를 지낸 이평수 전 차의과학대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는 "확대 규모는 가장 나중에 정하더라도 의사 과부족을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부터 합의해야 한다"며 "그동안 의사 수급 정책을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어서 '첫걸음'이라도 뗀 셈이다. 늦었으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어느 정도 인력을 늘려야 지금의 의료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부터 생각할 때"라며 "그동안 공급 관련 정책이 없었다. 민간에만 맡겨놓으니 무질서했다. 정부가 의사와 병원에 더 이상 끌려다니면 안 된다"고 진단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북본부 관계자들이 8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앞에서 '전북지역 의사인력 부족 실태 고발 및 의대정원 확대와 남원공공의대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8/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북본부 관계자들이 8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앞에서 '전북지역 의사인력 부족 실태 고발 및 의대정원 확대와 남원공공의대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8/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이와 관련해, 타 직역 단체나 시민단체는 △의사의 불법 업무 지시 근절과 직역간 업무 명확화 △응급의료 및 소아·분만 등 필수 의료 붕괴 등의 대책으로서 복지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크게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간호협회와 보건의료노조는 "PA(진료보조인력)가 1만명에 이르게 된 데는 의사 수 부족 때문"이라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권역별 공공의대를 신설해 정원을 (지금보다) 최소 1000명 늘려야 한다"고 각각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대한민국 의료는 양의사들에게 독점적 권한이 부여돼 있다.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인력 의무와 권한 등을 재정립한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 (그러한 논의 후에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면) 현재 한의대 정원을 축소해 그만큼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의사 인력 수급 추계를 연구한 바 있는 한 국책기관 연구원은 "인구 전망에 따라, 노동 제도와 공급에 따라 결괏값이 굉장히 달라졌다. 2040년 기준 적게는 1만2000명, 많게는 2만3000명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의사 수를 늘리면서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정책을 병행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문제를 의협과 신중하게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제9차 의료현안 협의체 회의 후 기자들에게 "내부적으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는 합의된 문구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10차 협의체 회의는 오는 8일에 열린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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