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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노트]살빼는 약 먹었는데 금연까지?…"오젬픽, 중독성 행동 억제"

세마글루타이드 영향으로 추정…동물실험에서 음주 감소 효과
제약사는 아직 연구 계획 없어…"비만·대사질환 만으로 손 꽉차"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2023-06-05 06:15 송고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비만 치료를 위해 투약했던 약물로 흡연이나 음주 등 중독성 행동을 고치는데 도움이 됐다는 사례가 보고됐다. 다만 해당 약물을 출시한 기업은 이에 대한 추가 연구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미국 CNN은 체중감량을 위해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성분 세마글루타이드)으로 치료받기 시작한 체리 퍼거슨은 약물을 투약하기 시작한 이후 7주 동안 그간 사용했던 전자담배를 찾지 않았다며 오젬픽이 중독성이 있는 행동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십년간 흡연을 해왔던 퍼거슨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체중이 약 50파운드(약 22.7킬로그램) 늘어나면서 오젬픽 처방을 받기 시작했다.

흡연뿐 아니라 음주 빈도 또한 줄었다. CNN에 따르면 축구 경기를 관람하며 여러 잔을 마시던 그녀가 지금은 한 잔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일부 의사들은 이런 현상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때문으로 추정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당뇨와 비만 모두에 승인받은 '위고비'의 성분이다. 두 치료제 모두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계열 약물로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글루카곤 분비를 줄여 혈당을 떨어뜨린다. 동시에 간에서 당 분비를 감소시키고 위에서 음식물 통과를 지연하도록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도 한다.

제나 쇼 트로니에리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체중·섭식장애 센터 정신과 교수는 "많은 임상시험 참가자가 이런 변화를 겪으며 이 약물 때문인지 묻는다. 피험자들은 '술에 관심이 없다.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세마글루타이드가 (이런 행동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로렌조 레지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원은 지난 5월,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가 생쥐의 음주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타이드가 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알코올처럼 중독성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오젬픽 투여자들에서 이 약물이 손톱을 깨물거나 온라인 쇼핑 같은 중독성 행동을 멈추는데 도움이 됐다는 보고도 있었다.

레지오 박사는 현재 세마글루타이드가 최근 미국에서 큰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사용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중이다.

그는 "연구 논문이 나오기도 전에 이 정도의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면서도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임상시험 데이터가 없다. 세마글루타이드에 이런 효과가 있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특히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약사는 해당 연구에는 큰 관심은 없어 보인다. 위고비, 오젬픽과 유사한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성분 티제파티드)를 개발한 미국 일라이릴리 또한 "현재 해당 약물을 대상으로 중독에 관한 연구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반 세이저맨 BMO 캐피털마켓 제약산업 애널리스트는 "그들은 이미 비만과 대사질환 만으로도 손이 꽉 찼다"고 말했다. 또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도 있다. 약물중독, 특히 알코올중독 약물은 수요가 크지만 제약기업은 수익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국립알코올남용·알코올중독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2900만명이 넘는 음주장애를 앓았지만 약물 치료를 받은 환자는 5% 미만이었다.

알코올 중독을 약물로 치료한다는 개념이 생소한 부분도 있다. '안타부스'(성분 디설피람) 같은 치료제는 복용 중 음주시 두통이나 심계항진 등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다만 이런 약물치료는 환자가 음주를 하고 싶을 때 약물 복용을 중단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퍼거슨은 CNN에 "이런 기분을 느낄 줄 알았다면, 1년 전 체중 증가로 어려움을 느꼈을 때 바로 치료를 시작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jjs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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