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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권위' 노골적 무시하는 北… 퇴출할 수는 없나?

유엔헌장에 '안보리 권고-유엔총회 결정' 등 제명 절차 명시
중국·러시아가 안보리서 북한 '뒷배' 자처하는 한 실현 '불가'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2023-06-04 16:34 송고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이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유엔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을 유엔에서 퇴출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4일 담화에서 안보리가 지난 2일(현지시간)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시도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하기 위한 공개회의를 소집한 데 대해 "안보리가 미국이 하자는 대로 걸핏하면 (북한의) 주권적 권리 행사를 문제시한다"며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특히 안보리의 이번 공개회의 소집은 "가장 불공정하고 편견적이며 내정 간섭적인 주권침해 행위"라며 "강력히 규탄·배격한다"고 비판했다. 김 부부장은 안보리가 그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에 대해서도 "불법적인 제재 결의들을 인정해본 적 없다"며 "앞으로도 이런 입장은 절대 불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 지난달 31일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발사체 '천리마-1형' 발사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 재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위성 발사체 또한 기본적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하기에 북한의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를 금지한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각 회원국들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안보리 결의는 인정하지 않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사국들의 총의를 담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이와 관련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 문제를 다룬 안보리 회의 소집은 "유엔헌장 정신 모독이고 왜곡"이라며 거듭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유엔헌장 제2장 5조엔 '안보리가 부과한 예방·강제조치를 위반할 경우 안보리 권고에 따라 유엔총회가 회원국의 권한과 특권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회원국 자격 정지에 대한 사항이 명시돼 있다. 또 6조는 '헌장에 규정된 원칙을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회원국은 안보리 권고에 따라 유엔총회가 제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북한의 행보가 지속될 경우 유엔 차원에서 북한의 회원국 지위 정지·박탈 등 또한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단 얘기다.

실제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6년 9월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이 평화를 사랑하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2017년 11월에도 니키 헤일리 당시 유엔주재 미 대사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회원국들에 북한과 국교 단절, 그리고 북한의 유엔 회원국 지위 제한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유엔 안보리 회의. © AFP=뉴스1
유엔 안보리 회의. © AFP=뉴스1

그러나 이런 주장은 북한이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조성된 '대화' 분위기 속에 더 이상 동력을 얻지 못했다. 특히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2018년 한 해 동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3차례 남북정상회담에 임했고, 이후 우리 정부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무력도발과 불법행위들을 비판하는 횟수와 강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북한도 한동안 '비핵화' 문제를 화두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2019년 10월 스웨덴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다시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집중했고, 작년엔 2017년 이후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했다.

북한은 앞서 '폭파' 방식으로 폐쇄했다고 주장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 재건에도 나서 현재 제7차 핵실험에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작년 한 해 동안 ICBM 8발(개발시험 및 실패사례 포함)을 비롯해 30여차례에 걸쳐 최소 70발의 탄도미사일을 쏘는 등 전례 없이 높은 빈도의 무력도발을 벌였고, 올해도 이번 위성 발사 시도에 앞서 벌써 3차례 ICBM을 쐈다.

북한의 ICBM 발사 재개 등 연이은 결의 위반에 안보리는 작년에 수차례 회의를 소집해 그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북한의 최중요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이달 2일 열린 회의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안보리 결의 무시 행보 모두 중·러 양국이 ' 뒷배' 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안보리에서 새 결의를 채택하려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는 동시에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어느 1곳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이 같은 규칙은 북한을 유엔에서 퇴출하는 논의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중·러 가운데 한 나라라도 반대한다면 안보리가 북한의 유엔 회원국 제명을 권고할 수 없단 얘기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에선 중국·러시아가 북한의 불법 행위를 계속 방기하는 상황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연설에서 "일부 책임 있는 국가들의 반대로 인해 지난해 북한의 전례 없는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단 1건의 추가적인 안보리 결의도 채택되지 못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더 이상 방관·옹호하는 건 우리 스스로가 함께 지켜왔던 국제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오는 6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치러지는 선거를 통해 2024~25년 임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도전할 계획이어서 이를 계기로 안보리 등 유엔 무대에서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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