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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는 어떻게 당국도 놓친 '주가조작' 예견했나[손엄지의 주식살롱]

호재 없이 주가가 오르고, 주요 주주에 '한국증권금융' 올라온 공통점 포착
주가는 결국 회사 가치에 수렴…적정 주가 정하고 투자 시작해야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2023-06-05 06:20 송고 | 2023-06-05 17:37 최종수정
경제 유튜버 '테이버'
경제 유튜버 '테이버'
주식 유튜버 '테이버'는 이른바 '무더기 하한가'가 발생하기 3개월 전에 선광(003100), 대성홀딩스(016710), 다우데이타(032190) 등 일부 종목의 주가 조작 의혹을 제기해 화제가 됐습니다. 금융당국도 잡아내지 못했던 주가 조작이 사실은 주식을 아는 전문가들 눈에는 뻔히 보이는 작업이었던 셈입니다. 어떻게 테이버는 조작을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대해서 조금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지난 4월24일 서울도시가스(017390),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의사들의 사모펀드에 문제가 생겼다는 등 여러 가지 '썰'이 돌았지만, 결국 라덕연이라는 사람이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차익결제거래(CFD)로 일으킨 레버리지 투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레버리지(지렛대)로 주가를 끌어올려 왔는데, 누군가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속절없이 추락한 것이죠.

지난 1월 테이버는 선광, 세방, 대성홀딩스라는 종목의 공통점에 주목했습니다. 우선 주가가 아무런 호재 없이 꾸준히 우상향했습니다. 또 대주주가 많은 지분을 들고 있어서 유통물량이 적었고, 공매도도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주요주주로는 한국증권금융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고요. 투자자가 신용매매로 주식을 매수하면 증권사는 증권금융을 통해 주식을 사서 투자자에게 빌려주거든요.

당시 테이버는 해당 주식에 대해 '번지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통 물량이 적은 '품절주'를 누군가 작정하고 쥐고 올리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대성홀딩스는 한때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주가가 오르자 벤치마크 지수를 추종하기 위한 기관의 매수세도 이어졌습니다.
     
그는 이번 작전이 어느정도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공매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작전이 가장 먼저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서울가스, 대성홀딩스는 2020년 4월이 시작점으로 보입니다. 공매도가 중단된 덕분에 마음 편하게 주가를 올릴 수 있었던 거죠. 반면 공매도가 가능했던 다우데이타는 주가를 보면 세력이 올리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테이버의 예언은 3개월 뒤에 적중했습니다. 이는 누군가의 계획적인 주가 조작이었고 CFD 등 레버리지를 이용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는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습니다. 

첫 하한가를 맞았던 선광을 보면 당일 2만6000주가 거래가 됐는데, 하한가 물량에만 26만주가 잠겨있었습니다. 선광은 연이어 하한가를 맞으면서 한 달 만에 주가는 주가 조작 이전 수준과 비슷해졌습니다.

주가 조작을 의심할 수 있었듯이 그 끝 역시 사실은 누구나 예상 가능했습니다. 누군가는 위에서 계속 물량을 받아줘야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배신을 하는 순간 주가는 무너질 것이 자명했습니다. 그동안 끌어올린 주가는 회사의 가치에 비해 말도 안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 물량을 받아줄 '진짜' 투자자도 없었습니다. 대주주가 주식을 갑자기 팔 수도 있었을테고요. 왜 그렇게까지 서로를 믿었던 것일까요.

대성홀딩스를 보면 주가 조작이 시작되기 전 시가총액은 1500억원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중 75%가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으로 묶여있어서 실제 유통되는 물량은 300억~400억원밖에 안 됐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물량을 받아주면서 주가를 계속 올려왔는데, 올라갈수록 수습이 어려웠을 겁니다. 한 해에 1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이는 한국금융지주보다 200억원 정도를 버는 대성홀딩스가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요.

이른바 하한가 따라잡기(하따)가 시작될 때 테이버는 다시 영상을 올렸습니다. 한때 17만원까지 올랐던 선광이 5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었습니다. 하따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가 조금씩 반등하기도 했고요. 당시 테이버는 선광에 대해 "주가가 4000원 수준까지 떨어졌을 때 사겠다"고 말했습니다. 주당 배당금이 350원이니 주가가 4000원까지 내려오면 배당수익률이 8% 수준으로 예금보다 괜찮은 지주사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CFD가 꼬아놓은 수급으로 갑작스럽게 급락한 종목은 지금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실적이 좋은 기업은 예기치 못한 급락이 좋은 투자 기회를 만들어주지만, 과도하게 오른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에는 절대 추종매수를 하면 안 됩니다. 주식 투자를 할 땐 꼭 본인만의 '적정 주가'를 만들어 두는 게 중요합니다. 기업은 결국 적정 주가로 돌아가게 되어있거든요.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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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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