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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속풀이] 與 술렁이게 만들었던 5인회 실체는

매일 오전 열리는 '전략회의' 구성원 특정…'친윤계' 최대 14인 추측
이용호 사과·김기현 감싸기 '수습'…이준석 "명단 공개" 계파 갈등 우려도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2023-06-03 07:10 송고
오른쪽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유상범 수석대변인,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 News1 허경 기자
오른쪽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유상범 수석대변인,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 News1 허경 기자

"'5인회'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

당 지도부 설화를 끝내고 안정을 찾아가던 국민의힘이 '5인회'란 한 단어에 술렁이는 모습이다. 특정 인사들의 모임을 지칭하는 듯한 이 단어는 과거 계파 갈등을 떠올리게 하며 당내 인사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당 지도부의 빠른 수습과 발언 당사자의 사과로 논란은 수습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지만, 1년도 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3일 여권에 따르면 이용호 의원은 지난달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현역 의원이 1명도 나서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며 '5인회'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 의원은 당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데 거기에 걸맞나, 혹시 들러리냐, 실제 중요한 핵심 의제 결정은 다른 데서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있다)"라며 "용산이 아닌 당내에서도 5인회가 있다는 이런 얘기들이 있다"고 말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이 의원의 발언은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보다 더 강력한 '사조직'이 있는 것처럼 비치면서 논란이 됐다. 당장 5인회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를 두고 각종 설이 나돌았다.

현재까지 여권에서는 5인회가 매일 아침 8시 전략회의를 하는 인사들을 칭하는 것이란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들은 김기현 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유상범·강민국 수석대변인,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등 김 대표가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김용환 상황실장, 당 사무처 국장 3인 등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초창기에는 윤재옥 원내대표,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등도 회의에 참석했으나, 최근에는 원내부대표 회의 등 원내 일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임멤버를 기준으로 하면 5인회는 5인이 아닌 최소 12인에서 14인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5명과 큰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로, 이들 모임이 '문고리', '십상시', '윤핵관' 같은 특정 계파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이 의원이 당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것처럼 묘사한 점도 이런 '상상'에 힘을 싣었다. 일각에서는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부총장 등을 '5인회' 중심 인사로 보고 이미 '5인회=신핵관'이라고도 지칭하고 있다.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5인회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했고, 같은 날 윤 원내대표는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느냐.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5인회가 전략회의 구성원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당 대표가 자신이 임명한 인사들과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동시에 이번 논란이 계파 논쟁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내 한 인사는 "윤핵관, 친윤 논란을 어렵사리 극복했는데 또다시 계파 논란에 빠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용호 의원(가운데)에게 당복을 입혀주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대선후보. 이 의원은 2004년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전북 남원·순창·임실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이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 반발하며 탈당했으며, 21대 총선에서는 호남에서 비(非) 민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2021.1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용호 의원(가운데)에게 당복을 입혀주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대선후보. 이 의원은 2004년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전북 남원·순창·임실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이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 반발하며 탈당했으며, 21대 총선에서는 호남에서 비(非) 민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2021.1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같은 당내 반응 속 이 의원은 전날(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5인회' 발언을 취소한다"며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당과 지도부에 누를 끼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같은 날 김 대표는 "이 의원도 특별히 의도를 갖고 말씀하신 거는 아닌 거 같고 말씀하시다 보니 실수한 것 같기는 한데, 너무 그렇게 괘념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고 이 의원을 감쌌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경고'로 마무리했다. 그는 당이 마치 잘못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처럼 논란이 돼 곤욕을 치렀다면서 "짧은 말 한마디가 구성원 사기를 꺾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사과와 김 대표의 감싸기, 이 사무총장의 경고가 어우러지면서 이번 논란은 수습 단계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다만 비윤(비윤석열)계에서는 5인회에 대해 여전히 의심을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어, 1년도 남지 않은 총선에서 '공천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라디오에서 5인회 멤버로 '박수영·이철규·배현진·박성민·박대출'을 뽑는다는 질문에 그 '진짜 명단'을 "다음 주쯤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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