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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같은 157자 재난문자 기술 있는데 왜?…행안부 '늑장 결정'탓

韓 재난문자 개선하려면…"운영주체 행안부, 업계 표준 만들어야"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윤지원 기자 | 2023-06-03 06:10 송고 | 2023-06-03 10:16 최종수정
5월29일 오전 6시41분, 서울시에서 시민들에게 보낸 경계경보 재난문자는 공백 포함 총 90자였다. ⓒ뉴스1 김정현 기자
5월29일 오전 6시41분, 서울시에서 시민들에게 보낸 경계경보 재난문자는 공백 포함 총 90자였다. ⓒ뉴스1 김정현 기자

'[서울특별시] 오전 06시32분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최근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로 짤막하고 부실한 국내 재난문자에 대한 논란이 터져나왔다. '통신 강국'인 우리나라에 대피소·안전요령을 재난 문자에 담을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2021년부터 재난문자 시스템 개선을 추진해 기술이 준비됐음에도 방치한 정부에 대한 질책이 나온다.
미국도 기지국을 활용하는 무선비상사태경보(WEA·Wireless Emergency Alerts) 시스템으로 재난문자를 발송한다. WEA는 최대 360자(영어 기준)까지 보낼 수 있으며 전시·재난상황을 비롯해 아동실종 등 비상사태에도 활용된다.(미국 국토안보부 홈페이지 갈무리)/뉴스1
미국도 기지국을 활용하는 무선비상사태경보(WEA·Wireless Emergency Alerts) 시스템으로 재난문자를 발송한다. WEA는 최대 360자(영어 기준)까지 보낼 수 있으며 전시·재난상황을 비롯해 아동실종 등 비상사태에도 활용된다.(미국 국토안보부 홈페이지 갈무리)/뉴스1

◇겨우 90자 제한 부실 韓재난문자…정보값 충실한 美·日 재난문자와 딴판

5월29일 오전 6시41분, 서울시에서 시민들에게 보낸 경계경보 재난문자는 공백 포함 총 90자였다. 경계경보 발령 외에 대피소 안내나 행동 수칙 등의 정보가 전혀 담기지 않았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위급재난문자(CBS·Cell Broadcasting Service) 시스템을 통해 재난문자를 발송한다. CBS는 이동통신사의 기지국을 활용해 범위내 휴대전화에 동시에 긴급 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으로 현재 시스템에서는 90자(한글 기준)가 최대다.
해외도 유사한 방식을 이용한다. 미국 역시 기지국을 활용하는 무선비상사태경보(WEA·Wireless Emergency Alerts) 시스템으로 재난문자를 발송한다. WEA는 최대 360자(영어 기준)까지 보낼 수 있으며 전시·재난상황을 비롯해 아동실종 등 비상사태에도 활용된다.

옆 나라인 일본도 '전국순시경보'(J얼러트·J Alert) 시스템을 통해 탄도 미사일 정보나 지진, 해일 등 경보를 재난문자로 전달한다. J얼러트의 최대 글자수도 국내 CBS보다 월등히 길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웃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재난 문자가 한국과 다르다"며 "재난 문자 발송 시 최소한 가까운 대피소 위치, 행동 요령 등을 안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전국 순시경보'(J얼러트·J Alert) 시스템으로 발송된 교토시의 재난문자. 토사재해 상황을 알리며 피난소, 안전요령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 재난문자보다 훨씬 길고 충실한 내용이다.(독자제공)/뉴스1
일본 '전국 순시경보'(J얼러트·J Alert) 시스템으로 발송된 교토시의 재난문자. 토사재해 상황을 알리며 피난소, 안전요령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 재난문자보다 훨씬 길고 충실한 내용이다.(독자제공)/뉴스1

◇통신·단말업계, 국내 재난문자 개선 기술 만들었지만 "정책 결정 없어"

당초 국내에서도 더 많은 정보를 담기 위해 재난문자 용량이 확대되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지난 2021년부터 재난문자 기술개선에 나선 바 있다.

행안부는 이통3사, 삼성전자 등 제조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등과 함께 재난문자 고도화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에서는 기존 재난문자 최대 글자수를 90자에서 157자로 확대하기로 논의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에서는 재난문자 길이를 157자로 늘리기 위한 기술적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그러나 CBS의 운영 주체인 행안부가 서비스 개선을 위한 정책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어 서비스에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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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문자 서비스 제공 주체 행안부 지식·경험 부족…업계도 '아쉬움'

이에 대해 행안부는 3G 휴대전화 등 일부 단말기에서 수신되지 않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 시스템에서도 '3G 휴대전화' 및 '2013년 긴급재난문자 기능 탑재 의무규정 시행 전  제조된 4G 휴대전화'에는 긴급재난문자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이같은 휴대전화에서는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재난문자를 수신하도록 안내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제공 주체인 행안부가 이동통신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재난문자 관련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며 "현재 기술적으로 157자 재난문자는 5G 및 LTE 방식 모두 가능한데 불만과 안타까움이 모두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도 "현재는 재난문자가 글자로만 전달되지만 나중에 이미지나 영상 등까지 제공될 수 있도록 진화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구성 및 업계 표준이 정해져야 업계에서도 단말기나 통신장비 개발이나 운용을 할 수 있다"며 "행안부에서 (CBS 운영의) 표준 및 운영 규정이 아직 없는 상태"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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