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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 아니었다'는 정유정 속뜻은? '은둔'이 결국 '살인 트리거'

관계 단절로 취업 등 '스트레스 폭발' 추정…의지할 곳 없었던 게 방아쇠
전문가들 "엉성한 범죄"…"제정신 아니었다" 벌써 심신미약 낌새 흘리나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박상아 수습기자 | 2023-06-02 18:12 송고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중고로 구입한 교복 차림으로 부산 금정구 소재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자신이 중학생이라고 거짓말을 한 뒤 잠시 대화를 나누다 흉기로 살해했다. 2023.6.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중고로 구입한 교복 차림으로 부산 금정구 소재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자신이 중학생이라고 거짓말을 한 뒤 잠시 대화를 나누다 흉기로 살해했다. 2023.6.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20대 여성을 흉기 살해한 정유정(23)이 평소 범죄 수사물을 보며 잔혹범죄를 꿈꿔왔지만, 범죄 전문가들은 정유정이 치밀하지 못한 성격에 범행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 없이 장기간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온 환경이 살인이라는 참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정유정은 2일 오전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정유정은 이날 검찰에 송치되기 전 경찰서 앞 포토라인에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정유정은 1999년생, 23세로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 없이 조부와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을 준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영어 실력 등으로 번번이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정이 과외 중개 앱을 통해 피해 여성 A씨(20대)를 범행 대상으로 지정했는데, 이때 정유정이 '영어 과외를 받고 싶다'며 A씨에게 접근한 것을 두고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이 영어 때문에 시험이 떨어졌다고 생각했고, 영어 실력이 부족한 것에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중고로 구입한 교복 차림으로 부산 금정구 소재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자신이 중학생이라고 거짓말을 한 뒤 잠시 대화를 나누다 흉기로 살해했다. 2023.6.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중고로 구입한 교복 차림으로 부산 금정구 소재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자신이 중학생이라고 거짓말을 한 뒤 잠시 대화를 나누다 흉기로 살해했다. 2023.6.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다만 전문가들은 '열등감으로 인한 범죄'로 단정 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이코패스 가능성에 대해서도 PCRL(사이코패스 검사) 등 정밀 조사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유정 같은 '은둔형 외톨이' 범죄는 장기간 인적 교류의 단절로 고립된 상태에서 스트레스와 내적 갈등이 쌓이면서 계획범죄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대외 관계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만, 은둔 생활이 지속되면서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유정의 경우 본인이 범죄 수사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토대로 범죄 계획을 구상했지만, 치밀하지 못하고 세부적인 부분에선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정이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혈흔이 묻은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들고 택시에 타 택시기사에 의해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인 점과 도로변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풀숲에 시신을 유기하고 캐리어를 챙긴 점 등을 보더라도 치밀하지 못한 점을 뒷받침한다는는 설명이다.

박찬혁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취업 준비 등 본인의 어려움을 공유하거나 도움받을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며 "정유정 스스로 고립됐던 게 범행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는 "은둔 생활을 하면서 미디어를 통해 살인에 대한 환상을 상상해오면서 점점 사회 규범에 대한 인식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일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 범죄를 꿈꿨겠지만 범죄 자체가 엉성한 부분이 많다"며 "범행을 옮기기 전부터 검거 단계까지 미리 예상하는 등 나름의 대비책을 세웠겠지만 치밀하지 못해 본인은 금방 잡힐 줄 몰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정이 이날 "(사건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한 점에 대해선 일찍이 감형 전략에 들어갔을 가능성는 분석도 나왔다.

전 이사는 "단순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유족에게 죄송하다'는 말로 정유정의 핑계이거나 회피성 발언에 불과할 수 있다"며 "과거 일부 강력범죄자들이 '술에 취해 실수로 살해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높은 점수가 나오는 사례가 꽤 많다"고 말했다.

경찰로부터 정유정을 송치받은 부산지검은 강력범죄전담부 소속의 3개 검사실로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범행 동기, 수법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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