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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진출 30년' 외국계 1위 신한베트남은행…"결국은 고객이 답이다"

[세계로 가는 K-금융]⑥ 강규원 법인장, '베트남 근무 13년' 현지전문가
리테일서 기업, 비이자까지 포트폴리오 강화…연간순익, 지방은행 넘는다

(호찌민=뉴스1) 신병남 기자 | 2023-06-05 06:05 송고 | 2023-06-05 08:45 최종수정
편집자주 "'금융의 BTS'를 만들겠다." 새 정부의 당찬 포부에 발맞춰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진출'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세계 12위 수준인 한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K-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은 미미한 실정이지만 그만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는 금융의 '디지털화'는 'IT 강국'인 한국에 절호의 기회다. 동남아시아 등 신흥경제국가를 중심으로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K-금융'의 글로벌 성과를 조명해본다.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 /뉴스1 ⓒ News1 신병남 기자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 /뉴스1 ⓒ News1 신병남 기자

"은행이라는 큰 범주에서 영업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 규정부터 시작해 여신 관행, 서비스 등이 다 다르다. 현지에 맞게 주재원들도 적응해야 한다. 시장을 이해하고 고객이 찾게 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은 지난 1995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이후 베트남에서만 13년째다. 지난 1993년 신한은행 베트남 사무소에서부터 두 번의 인수합병(M&A) 과정을 거쳐 현지 외국계 1위 은행으로 성장하기까지 약 30년의 시간을 함께 했다. 전체 대출의 6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현지 리테일(개인금융) 규모는 그간의 현지화 전략의 결과물이자 자신감이다.
기업금융, 비이자영업에 더해 지난해에는 현지에서 첫 채권 발행까지 성공하며 자금조달에 있어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이미 연간 순이익은 국내 지방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도 '고객 퍼스트'라는 기본에서 성공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신한베트남은행의 한 지점 모습. /뉴스1 ⓒ News1 신병남 기자
신한베트남은행의 한 지점 모습. /뉴스1 ⓒ News1 신병남 기자

◇ 한 세대 거친 신한베트남은행, 현지화로 시장 안착

신한은행은 지난 1993년 사무소 형태로 베트남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한국계 금융기관의 첫 베트남 진출 사례로, 이후 2009년 11월16일에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이 설립됐다. 지난 2011년 11월 신한비나은행을, 2017년 12월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소매사업부문을 양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현재 베트남 전역에 총 46개 채널을 운영 중이며, 올해도 영업망은 커지고 있다.
현지화 수준에 대한 척도는 리테일 성과로 증명 중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출자산은 리테일 부문이 62%, 기업부문이 38%로 구성돼 있다. 주택담보대출만 놓고 보면 20억달러(2조6000억원) 수준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다양한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처럼 리테일 채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손에 꼽힌다.  

강 법인장은 "한국과 비교한다면 소위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가 즐비한 시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라 7월부터 신용정보 취급 규제가 달라지는 등 대출 확대가 쉽지만은 않다"며 "○○페이 등 간편결제 사용이 많아 이를 통한 신용 스코어링 확보 등 전략을 진행 중이며, 디지털 전환도 이러한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화는 사람에서 발현된다는 게 강 법인장의 판단이다. 전체 2200여명의 직원 수 가운데 주재원은 42명에 불과하다. 임원과 같은 관리직과 파생상품, 트레이딩 등을 전담하는 직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인력 구성은 베트남 현지인이다.

이 때문에 성과관리에 있어서도 직원과 회사 모두 성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다. 베트남에서는 40대가 되기 전 직장을 적어도 2곳을 옮긴다는 게 상식일 정도로 이·전직이 잦다. 이에 따라 신한베트남은행은 최근 OKR(Objective and Key Results) 제도를 도입해 성과관리에 나서고 있다.

강 법인장은 "일종의 사내 올림픽을 기획해 3개월간 체육대회를 진행하기도 하고, 임직원 트레킹, 현장답사도 실시한다"며 "베트남이 매년 10% 안팎 성장하기에 안정적인 직원 관리를 위해선 매크로적인 급여 성장뿐만 아니라 직원 복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한베트남은행 지점 앞 ATM에서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신병남 기자
신한베트남은행 지점 앞 ATM에서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신병남 기자

◇ 채널 다변화로 안정적 실적 기틀 마련…연간 순익, 지방은행 넘어선다

신한베트남은행은 기업금융에 있어서도 주요 현지화 성공 사례로 언급된다. 실제 기업부문에서 로컬기업 대상자산이 54%로 한국계 기업대상(46%)을 웃돈다. 과반이 넘는 현지 비즈니스 토대를 안정적인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다변화한 수익 채널에는 비이자이익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신한은행 해외법인 중 글로벌 5G 사업 중 가장 많은 4G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GTC(환율 및 파생상품 손익확대를 위한 설치) △GTB(글로벌 금융기관 대상 론 영업 및 공급망 금융상품, 서비스 발굴 추진) △GIB(투자은행(IB) 사업 확대 및 주선 경쟁력 강화) △GCD(해외 수탁사업) 등이다.

강 법인장은 "현지 채권 시장이 크지 않아 GMS 사업을 제외한 4G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신한은행 해외 법인 중에는 가장 많은 규모"라며 "최근 현지 수출 둔화로 위축되긴 했으나 최근까지 GTC사업 부분은 성장률이 20~30%에 이를 정도로 가팔랐다"고 말했다.

여기다 지난해에는 현지 채권 발행을 통한 2조8000억동(153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에도 성공했다. 진출 29년만의 첫 현지통화 채권이자,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 2번째 발행이다.

30년에 걸쳐 구성한 수익 포트폴리오는 이제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베트남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978억원으로 전년(1292억원)과 비교해 53%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 지방은행이 달성한 순이익이 2000억원 후반대다.

지난 1분기 67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일부 지방은행을 넘어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 법인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 진출했던 외국계 은행들도 일정 성장 이후에는 정체된 만큼 한계가 반드시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어떻게 이를 극복하느냐를 계속 고민하고 있고, 결국 답은 고객이기에 '고객 중심'의 전략을 지속 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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