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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카메라, 감방은 암실이 되었다…한 사진가의 수감 일기

[신간] '카메라 없는 사진가'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23-05-31 13:22 송고
 카메라 없는 사진가

카메라가 없으면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것일까. 사진은 찍는 것인가, 쓰는 것인가. 이같은 질문에 하나의 답을 주는 이용순 작가의 '카메라 없는 사진가'가 출간됐다.

지인의 부탁을 받고 심부름을 해준 것이 빌미가 되어 저자는 2년여의 수감생활을 했다. 이 책은 그 낯선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록이다.
이용순은 사진가이다. 미국 시카고의 콜롬비아 칼리지와 뉴욕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미국과 서울에서 여덟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예상치 못한 수감생활은 '카메라'의 상실, 거대한 슬픔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는 글로 사진을 찍었다. 작가는 "요즘의 나는 종종 시를 쓴다, 나는 결단코 나의 시가 언젠가는, 누구에게는 사진으로 환원되어 보이기를 바란다, 나는 사진가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힌다.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는 용수철 없는 재소자용 플라스틱 펜에 마음의 빛을 비추며 글을 썼다. 계절이 열 번쯤 바뀌고 일상에 복귀할 때쯤, 그의 손에는 책의 초고가 될 열일곱 권의 노트가 들려 있었다.
작가는 수감생활 중 포착한 사물과 인물, 사건을 감방이라는 암실에서 종이와 펜으로 인화한다. 교도소 운동장의 맨드라미, 창살 바깥 산과 구름들, 동료 재소자들의 얼굴, 죄수들끼리 몰래 만든 요리의 메뉴들, 사동 안에서 소문으로 도는 사건들까지 그는 글로 적었다.

출소 후, 교도소의 노트에 등장하는 테마로 그는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책에 대부분의 사진이 수록됐다. 동일한 모티브가 글과 사진으로 어떻게 텍스트화되고 이미지화되는지를 비교하는 것은 흥미롭다.

△ 카메라 없는 사진가 / 이용순 저 / 파람북 / 1만7500원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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