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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혁신금융' 품고 26년 만에 재도전…KB국민은행 '싱가포르 드림팀' 떴다

[세계로 가는 K-금융]②IMF 철수 이후 재도전…기업금융·IB 총출동
국내 스타트업 해외 진출 돕기 위해 '핀테크랩' 설치…해외 유망 업체도 선발

(싱가포르=뉴스1) 서상혁 기자 | 2023-05-31 06:05 송고 | 2023-05-31 06:06 최종수정
편집자주 "'금융의 BTS'를 만들겠다." 새 정부의 당찬 포부에 발맞춰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진출'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세계 12위 수준인 한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K-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은 미미한 실정이지만 그만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는 금융의 '디지털화'는 'IT 강국'인 한국에 절호의 기회다. 동남아시아 등 신흥경제국가를 중심으로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K-금융'의 글로벌 성과를 조명해본다.
싱가포르 오션 파이낸셜 센터 빌딩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싱가포르 지점 입구/뉴스1 © News1 서상혁 기자
싱가포르 오션 파이낸셜 센터 빌딩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싱가포르 지점 입구/뉴스1 © News1 서상혁 기자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가 한 눈에 들어오는 오션 파이낸셜 센터는 현지에서도 '핵심 금융 허브'로 불린다. 이름값답게 층별 안내판엔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금융계 별들의 전당'에 KB국민은행도 지난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KB국민은행이 IMF 외환위기 당시 철수의 아픔을 딛고 26년 만에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전력은 훨씬 강해졌다. 은행 내 기업금융·IB·여신 심사 부문뿐만 아니라 핀테크 전문가까지 데려왔다. 올해 이 드림팀을 통해 타행과의 격차를 바짝 좁히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선진 금융 시장 공략'이라는 KB금융의 글로벌 전략 한 축을 도맡겠다는 각오다.

◇26년 만에 싱가포르 시장 다시 두드리는 KB…'드림팀'으로 퀀텀점프 노린다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1년 예비인가를 받은 후 1년 만에 본인가까지 획득했다. 이로써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모두 싱가포르에 지점을 두게 됐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각각 2년간 근무한 '해외 영업 전문가' 정동욱 지점장이 총지휘를 맡았다.

지점을 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락다운(봉쇄령)이 한창일 때라 정부 관계자나 현지 금융회사와의 미팅도 제한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정 지점장은 "지점 개점일은 정해졌는데 업무에 필요한 집기가 들어오지 않아 당황스러운 적이 있었다"며 웃었다.

사실 KB국민은행은 싱가포르 도전이 두 번째다. 지난 1995년에도 싱가포르에 지점을 열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서 철수했다. 그런 '과거'때문에 싱가포르 감독 당국이 지점 설치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적극적인 설득 끝에 본인가를 받았다.

26년 만에 KB가 싱가포르를 다시 찾은 건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KB는 현재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신흥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이라면 선진 시장은 싱가포르가 중심이 되는 식이다. 특히 홍콩의 중국화로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싱가포르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확대되는 모습이다.

정 지점장은 "최근 홍콩의 금융 허브 역할이 축소되면서 싱가포르의 위상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KB 역시 글로벌 비즈니스가 확대됨에 따라 지역 허브 역할을 수행할 거점이 필요했는데, 그중 싱가포르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0일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정동욱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장/뉴스1 © News1 서상혁 기자

싱가포르 지점이 싱가포르 금융통화청(MAS)로부터 받은 인가 단위는 '홀세일 뱅킹 라이선스(Wholesale Banking License)'다. 개인 대출 등 리테일을 제외한 기업금융, 투자금융, 자본시장 관련 업무는 물론 증권업 일부까지 수행한다. 싱가포르 자본시장에 진출하면서 KB는 런던과 뉴욕에 이어 24시간 대응할 수 있는 자본시장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은 홀세일 뱅킹 라이선스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른바 '주재원 드림팀'을 구성했다. 현재 싱가포르 지점에는 CB(Corporate Banking) 부문 6명, 캐피탈 마켓 부문 8명, IB 부문 2명, '아시아 심사센터' 4명, 핀테크 1명 등 총 21명의 주재원이 근무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중 최대 규모다. 개개인이 맡은 업무만 보면 사실상 '하나의 은행'이라는 설명이다.

홍콩에 있던 아시아 심사센터가 올 1월 싱가포르로 옮겨온 것도 특징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21년 해외 사업장의 신속한 여신심사를 위해 홍콩에 '전결권'을 가진 아시아심사센터를 열었다. 아시아심사센터는 뉴욕과 런던 지점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여신을 심사한다.

정 지점장은 "싱가포르 지점에는 KB국민은행의 5개 비즈니스 유닛이 모두 모여있다"며 "덕분에 CB, IB, 캐피탈마켓 전문가가 현지 클라이언트 미팅에 나가 사업 기회를 다각적으로 발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심사센터까지 싱가포르로 옮겨오면서 영업과 심사가 더 신속하게 이뤄지게 됐다"며 "천군만마가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싱가포르지점은 개점 2년 차 만에 자산 규모를 10억달러 가까이 불렸다. 5개 팀의 협업으로 다른 은행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상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싱가포르 지점이 직접 현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계열사 등에 연결해 주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있는 KB금융지주 계열사는 자금 조달에 있어 추가적인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다.

다만 리스크는 있다. 불안한 금융시장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싱가포르 자금 시장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정 지점장은 "지속적인 고성장 기조를 보이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를 타깃으로 고객 발굴을 추진할 것"이라며 "아시아에 진출한 KB 계열사와도 협업을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혁신금융' 전파 위해 싱가포르에 '핀테크랩' 설치…유망 스타트업도 뽑는다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의 또 다른 특징은 KB금융지주 직속의 '글로벌핀테크랩(핀테크랩)'이 있다는 점이다. KB금융은 지난해 9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핀테크랩을 설치했다.

차지영 핀테크랩 팀장은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핀테크 산업을 장려하는 등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에 있어 투자나 네트워크 측면에서 많은 이점이 있다"며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때문에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인근 국가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핀테크랩에선 KB금융이 육성하는 스타트업인 'KB스타터스 싱가포르(스타터스)'의 현지 정착을 위한 활동이 이뤄진다.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나 국내외 정부기관 등 관련 기관과 연결하고, 법인 설립을 안내해 준다. 현재 스타터스엔 커머셜 솔루션 업체 '고미코퍼레이션, 금융분야 보안 업체 '센스톤', 디지털자산 관련 업체 '웨이브릿지', 인공지능 금융투자 플랫폼 운영사 '호라이존테크놀로지' 등 4개사다.

KB금융과 협업할 수 있는 해외 유망 스타트업 발굴도 이뤄진다. 싱가포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이 KB가 가지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계열사 네트워크와 협업을 통해 상승효과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유망 스타트업 투자도 이뤄진다.

차 팀장은 "싱가포르 기관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운용되고 있는 우수한 벤처캐피탈로부터 유망 스타트업을 추천받고 있다"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다양한 박람회, 데모데이 등에 참가하며 현지 스타트업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종이나 산업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KB금융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금융관련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업체를 주시하고 있다"며 "핀테크랩에서 육성하고 지원하는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데 있어 핀테크랩이 도움이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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